[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에 동참할 것을 주문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충당금 부담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23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우조선에 대한 무담보채권 약 7,000억 원의 80% 규모인 5,600억 원을 출자전환 하도록 하고 20%의 무담보채권은 만기를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 대우조선의 추가 지원에 나서달라고 고통분담을 호소한 바 있다.

3조 원에 달하는 대우조선 신규 지원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시중은행의 동참을 최대한 요구하고 있는 것.

그 동안 대우조선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지원 동참 요구가 계속되자 충당금 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조6,5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8,8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하나은행 7,100억 원, 국민은행 5,10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100억 원, 2,300억 원이다.

다만 농협은행 여신 대부분은 선수금환급보증(RG)로 대출채권은 65억 원에 불과하고, 신한은행의 대출채권도 238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들 시중은행은 지난해 이미 대우조선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대우조선 여신에 대해 3,6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이번에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번 채무조정으로 시중은행이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할 규모가 약 6,4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이나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충당금 적립률이 높아져 은행 자산 건전성이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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