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3개 중 32곳만 운영…노조 "대안없는 변화 부작용 초래" 비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국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이 기존 영업점 10개 중 8개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씨티은행을 주거래로 활용하는 고객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이번 대규모 영업점 폐쇄가 인력감축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옴에 따라 내부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무리한 구조조정과 영업점 폐쇄를 막기 위한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제주도 고객은 비행기 타고? 고객불편 불가피

금융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전국 133개 영업점 중 32곳을 제외한 101개를 통합 및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채널 강화를 통해 신규 고객의 80% 이상을 디지털 채널로 유치하며, 고객의 80%를 디지털채널 적극 이용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부산·경남, 호남, 충청지역 등 지방 대부분의 영업점은 1개만 남기고 모두 폐점되고, 문을 닫지 않고 남게 되는 지점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유일하게 남아있는 지점마저 철수 대상에 오르면서 향후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오프공간이 전무하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겪게 될 소비자 불편이다.

김호재 씨티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씨티은행의 영업점 축소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것이다”이라며 “예컨대 제주지점이 폐점된다면 단순히 비밀번호 변경 업무를 보기 위해서 고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모바일로는 비밀변호 변경이 불가능하며 방카슈랑스 가입 등 대면거래가 필요한 업무를 보기 위해서도 지점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지점이 사라짐으로써 대부분의 고객들이 씨티은행을 이탈해 타 은행권을 찾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이 80%가량 점포 통폐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씨티은행을 주거래로 이용하는 수 많은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한 고객은 “동네에 6년 넘게 있던 지점이 최근 없어졌다”며 “씨티카드를 사용하면서 씨티은행도 주거래로 은행으로 애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점이 없어진다니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비대면 거래만으로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 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시행 의사를 밝힌 것뿐이고 올해 말까지 진행한다고 했을 때 아직 8개월의 기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영업점이 없어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꾸준히 강구할 계획이다"라며  "당연히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장벽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두 없앨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분위기 뒤숭숭…”전문인력 콜센터로 보내는 건 오히려 비용낭비”

워낙 파격적인 규모의 지점 통폐합이 단행되다 보니 인력 구조조정 문제도 꾸준히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씨티은행 측은 지점 통페합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고수 중이다.

절대적인 점포 개수는 줄지만 기존 지점을 WM센터, 여신영업센터, 기존 영업지점 등으로 세분화하고 대형화 해 센터마다 80명에서 100여명의 금융전문가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제고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은행 측의 설명에도 한 순간에 일터가 바뀔 운명에 놓인 800여 명의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 중이다. 특히 수 년간 본인이 쌓아 올린 경력과 전혀 다른 자리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근무하는 직원 A씨는 “현재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근무 지역 자체가 바뀌거나 당장 본사에서 근무하던 고급 인력이 콜센터로 떠밀려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표면상으로는 제 발로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씨티은행 영업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B씨는 “열심히 발로 뛰어 유치하고 관리하며 정 들었던 고객들에게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측과 노조의 대립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상식선으로 판단했을 때 영업점을 한 번에 80%나 폐쇄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투쟁 중이다.

김호재 부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큰 게 아니다. 은행이 사양산업인 것은 맞고 점차 대세 비대면 활성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문제는 대안도 없이 급격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부작용과 피해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사측은 점포 폐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굉장히 꺼리며 점포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폐점되는 영업점 중 아주 극소수만 통합 점포로 흡수되고 나머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강제적으로 콜센터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파견직이나 계약직이 하던 콜센터 업무를 영업점에서 20-30년 근무하던 직원들이 하게 되는 건 인력 낭비다. 결국 비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인력 대부분이 콜센터로 이동해 단순 업무를 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사측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씨티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단순한 고객 문의에 상담이 아니라, 금융전문가가 직접 고객의 금융 니즈를 파악한 후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고객가치센터과 고객집중센터를 신설했다”며 “금융관련 지식이 없고 금융전문가가 아니면 해당 센터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영업점 경력이 풍부한 경험 많은 직원들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티은행지부 노조는 지난 14일 사측과 협의가 결렬됨에 따라 쟁의조정위원회에 회부했으며, 2주일 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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