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원점 재검토' 입장…이사회까지 마친 은행들 "중단 또는 일부 수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전 정권에서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도입·추진되던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급속도로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23일 금융업계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돼 오던 성과연봉제가 새 정부 탄생과 함께 폐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최근 노동조합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사법부 판결로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지난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직원 10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90%가 반대해 명백한 거절 의사를 표시했으나 회사가 규정 개정을 강행했다"며 "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법원 판결로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을 진행하는 다른 공공기관 및 금융업체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물론이고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노조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IBK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작년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된 이후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경우 위법 판결이 난 것으로 안다. 향후 결과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이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사회 의결 이후 아직까지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없는 걸로 안다. 은행권은 대부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며 “현재도 성과에 따라 급여를 일부 다르게 받는 부분이 있는데다 특히 영업점의 경우 개개인에 실적을 일괄적으로 평가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 도입이 된다해도 향후 방법면에서 조율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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