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제 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전세계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언제나 기대와 관심을 받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지만, 이번에는 국내 영화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돼 눈길을 끈다.

<옥자>는 결국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정황 상 상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않’하는 것이여서 더 기대된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관을 받지 못하면 그 영화는 끝’이라는 공식이 성립해 온 국내 영화계에서 보면 굉장히 드문, 거의 처음 보는 결정이다.

국내 상영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멀티플렉스는 독과점의 전형이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카르텔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영화를 보는 사람 위에 군림해 왔다.

그들은 다양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어차피 앉지도 않을 좌석(예를들어 맨 앞 줄) 가격을 내린다는 명분으로 일반 다른 좌석들의 인상된 가격을 강요했다.

스포츠나 공연에서 사용되는 가격 정책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희소성 측면에서나, 좌석간 관람의 질 측면에서나 소비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영화만큼 대중성과 다양성을 고루 갖춘 예술도 드물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언제나 블록버스터 대작들만이 상영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굳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가 어느 회사 계열사인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깝다.

마음에 품어둔 작은 영화의 개봉이 찾아와도 내가 원하는 시간, 상영관이 맞지 않는다. 괜히 온 예매창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대작이 미워보일 정도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들은 국내 영화 산업에 대해 다양한 불만을 토로해 왔지만 멀티플렉스 업계를 제재할 만한 경쟁자도, 법적 장치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라는 대항마가 <옥자>를 타고 멀티플렉스 앞에 나섰다.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한국 영화계에 일반적인 질서를 교란하지 말라”며 이들의 도전을 외면했다. 그들 스스로 ‘질서’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특권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

너무 갑작스러운 경쟁자의 출현이기도 했으며, 그 상대가 막강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옥자>의 제작에 뛰어드는 순간 경쟁은 시작됐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국내 영화업계의 ‘질서’를 재편할 대항마가 국내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영화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가져왔다는 점. 베를린, 칸 등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는 우리나라 영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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