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규모 축소, 노사 갈등 급한불 '진화'…학계·정계 '은행업 인가 조건 위반 여부' 갑론을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비대면금융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업계 내 이례적으로 영업점 80%를 없애기로 한 씨티은행의 계획이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현실화 된다.

지난 7일 영업점 5곳의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규모 지점 통폐합 절차에 들어간 씨티은행이 부유층을 겨냥한 거점 점포 확대·개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점 통폐합을 두고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폭행 공방전까지 발생했던 노조와도 간신히 잠정적 합의점을 도출해 냈지만 앞으로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점포폐쇄 101개→90개로 축소…노사 잠정합의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위반을 주장하며 은행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지점폐쇄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 5일 씨티은행이 지점폐쇄와 관련해 노조와 사전 합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노조와 성실하고 충분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티은행이 금융의 공공성 의무조항을 위반했다는 것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11일 씨티은행 측은 이미 발표한 101개 점포 폐쇄 계획을 90개만 축소하는 방안으로 노조 측과 잠정합의 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시행의지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한 발자국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11개 WM(자산관리)센터 및 여신영업센터와 14개 소비자금융영업점 등 총 25개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던 기존 방침에서 추가로 제주, 경남, 울산, 충북 등의 지역을 포함한 11개의 영업점을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내 지점이 하나밖에 없어 고객거래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돼 점포 폐쇄를 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WM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아직 디지털을 통한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며 “특히 지방영업점 근무직원들의 수도권 이동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원격지 이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족 부양과 거주지 이전과 같은 고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잠정합의안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17시 강제 PC off제도 신설 ▲10영업일 연속휴가신설 ▲사무계약직 및 창구텔러 계약직 302명 전원 정규직 전환 및 전문계약직 45명 정규직 전환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 문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시도에 하나 밖에 없는 점포 5개 중에 4곳을 살리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 중 강북 혹은 경기 남부 지역 영업점 중에서도 인근 영업점이 원거리인 곳은 최대한 지점이 폐쇄되지 않도록 해 극단적인 고객 피해는 일단 막았다고 보고 있다”며 “점포의 개수를 몇 개나 살렸는지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사측과 여러 가지 합의안을 도출해낸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잠정 합의안은 오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며 “아마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점포 운영계획과 관련해 노사 TF를 구성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파격적 지점 폐쇄 속도…금융당국·정치권 예의주시

씨티은행의 대규모 통폐합 방안의 첫 조치로 지난 7일 올림픽훼미리지점, 역삼동지점, CPC강남센터, 과학기술회관 출장소, 경기 구리지점 등 5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해당 영업점에서 근무던한 약 40여명의 직원들이 근거리 타 영업점이나 본부로 일터를 옮겼다.

 

이날 금융당국은 유례없는 일시 점포 폐쇄에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포 폐쇄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행정지도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대응이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에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 안내를 철저히 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업계 내에서 최근 파격적인 규모의 지점 통폐합을 단행 중인 씨티은행을 겨냥해 당국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은행이 점포 문을 닫을 2개월, 1개월 전에 각 1회 이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유선전화 등을 통해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한편, 폐쇄 시점·사유, 대체 가능한 인근 점포 위치도 알려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층 등 비대면거래 이용이 어려운 고객이 많은 점포를 폐쇄할 경우 금융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수단도 안내하도록 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에 대해 은행업 인가 위반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최로 지난 4일 국회에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법 제 53조에 따라 은행이 인가 내용이나 인가 조건을 위반한 경우 은행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점포를 폐쇄를 결정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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