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中·日 법인 391억 손실…사 측 "장기적인 관점, 투자 계속"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풀무원(대표 남승우)이 해외시장에서 수 년째 아무런 재미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불황과 저성장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오히려 무리한 투자와 해외법인 적자 누적이 지속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20년 투자에도 적자만 나는 해외사업 ‘골치’

풀무원이 해외사업 손실로 고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 일본, 중국 3개국 해외법인에서 총 391억7,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2015년에도 427억9,1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 풀무원 해외법인 당기순이익 추이

가장 적자가 심각한 곳은 278억5,200만 원의 손실은 본 미국법인(Pulmuone U.S.A. Inc.)이다.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법인에서만 278억5,2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173억1,300만 원, 248억8,7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 2004년 현지 식품업체 ‘와일드우드 내추럴 푸드(Wildwood Natural Foods)’, 2009년 파스타업체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Monterey Gourmet Foods)’ 등을 인수하며 사세 확장 시켰다. 

특히 지난해 미국 두부 시장 1위 업체 비타소이(Vitasoy)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해 나가고 있지만 오랜 기간 내실을 다지지 못하며 손실만 쌓이는 구조가 되풀이 되는 실정이다.

풀무원 미국법인은 올해 1분기에도 58억1,2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법인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풀무원은 지난해 중국법인(상해/북경포미다식품유한공사)에서 56억7,100만 원, 일본법인(㈜아사히코)에서 96억4,7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아직 투자 단계로, 언제쯤 흑자로 전환될 것 같다를 추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을 것인데, 현재 투자 대부분의 투자가 설비투자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품목인 '두부'를 주력으로 풀무원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포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추가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남승우 대표, 해외실적 적자 실마리 풀지 못한 채 은퇴 수순

풀무원은 내년을 기점으로 중요한 과도기를 맞이하게 된다. 

30여년 동안 풀무원을 진두지휘 했던 남승우 대표는 만 65세가 되는 올해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힌 상태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현재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2월 말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를 풀무원 대표로 선임하며 남승우·이효율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고 이효율 대표 체제가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1983년 풀무원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마케팅팀장, 홍보기획팀 담당 임원, 생산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풀무원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풀무원식품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17억 원의 흑자를 내긴 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5억8,000만 원의 손실을 내는 실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은퇴로 물러서면서 남 대표가 끝까지 풀지 못한 해외 법인 타개책 마련의 숙제가 고스란히 이 대표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됐다. 풀무원의 골칫거리로 통하는 해외사업에서 빠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지휘봉을 잡은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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