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든 가족 및 친척 등의 부탁에 의해서든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보험들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한다. “보험 약관, 뭐라는 건지 1도 모르겠다”고.

'왜 보험약관은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은 사실 부질 없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이해하기 어렵게 보험사들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즉, 공급자의 잘못이지 수요자의 이해력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곳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보험사 상품 약관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를 평가한 14차 결과를 발표했는데, 애석하게도 손보사 중 ‘우수’ 등급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외국계 업체인 AXA손보와 BNP파리바카디프손보 2개사만이 겨우 '양호' 등급을 받았을 뿐이다.

생보사의 경우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11개사 상품 약관 이해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것과도 비교되는 결과다.

이러한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제도는 보험사들이 보험약관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1년부터 도입됐다.

회사별 성적표가 공개되면 업체마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험약관을 알기쉽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소비자들이 체감한 효과는 아직도 많이 미흡한 수준이다. 보험약관 대부분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고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표현들이 즐비하다. 다시 말해, 보험사들이 보험약관을 쉽게 바꾸는 일에 미온적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보험사들은 항변한다. 의학적 개념이나 전문 용어, 일본식 한자어들을 모두 일반인들이 쓰는 쉬운 단어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 보험상품을 소비자 중심으로 쉽게 만들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는 것이 우선이다.

손보사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생보사에 비해 늘 상품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의 평균 점수가 5~10점 낮은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생보사는 과거보다 약관 이해도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개선 의지만 있다면 ‘쉬운’ 보험약관을 만들기가 불가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보험금 지급에 관련한 약관규정의 해석을 애매한 표현을 포장해 보장 범위를 줄이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사들이 보험약관의 난이도를 낮추는 일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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