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70% 축소 마무리, 3분기 실적 뒷걸음질...연임 성공 박 행장 어깨 무거워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은 올해 ‘점포 통폐합’ 이슈로 한 해를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지점의 80%를 없애는 파격 실험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내외부적으로 진통과 후유증을 겪었던 만큼 내년에는 변화된 환경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박진회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점포 70% 축소 파격 실험...사건사고 다사다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씨티은행의 폐점 예정 마지막 점포인 의정부점 등이 문을 닫으며 예정된 통폐합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씨티은행의 점포는 기존 전국 126개 중 70%를 줄어든 36개만 남게 됐다. 지점 통폐합을 마친 씨티은행은 점포 매각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씨티은행은 올해 초 전체 영업점의 80%에 해당하는 101곳을 폐쇄한다는 파격 실험 계획을 발표해 논란에 중심에 섰다.

대신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자사의 강점인 자산관리(WM)에 집중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에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인데, 대규모 인력감축을 우려한 내부 반발과 갈등으로 반년간 홍역을 앓았다.

씨티은행은 올림픽훼미리지점, 역삼동지점, CPC강남센터, 과학기술회관 출장소, 경기 구리지점 등 5개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계획을 이행해 나갔다. 해당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근거리 타 영업점이나 본부로 일터를 옮겼다

결국 13년 만에 파업 카드까지 꺼낸 든 노조의 거센 반발과 노사 간 폭행시비와 폭로전 등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박진회 행장이 당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서 지점 폐쇄 수를 90개로 축소하는 등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이 밖에도 올해 유독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여론의 입방에 오르는 일이 많았다.

해외 부당인출 사건 발생 후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은행 측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질책을 받았던 씨티은행은 이후 보상 관련 후속조치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고금리 약탈적 대출상품 개발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부 직원에게 10년 가까이 보복인사를 행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한 씨티은행은 최근 본사 내 근무 중인 여직원들을 상대로 한 ‘몰카’ 사건이 발생해 도마에 오르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 직원 고발에 따라 행위자로 의심되는 직원은 이미 직위해제 됐다”며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며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 뒷걸음질...연임 성공 박진회 행장의 묘수는?

3분기 들어 실적은 주춤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올해 3분기 55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5.7% 감소한 수치다.

이자부자산의 감소로 3분기 이자수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2,648억 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반면 판관비는 2,08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4% 늘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영합리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도 임단협 타결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 10월 26일까지 임기가 연장된 박진회 행장에게 실적 개선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남게 된 셈이다.

잡음 끝에 점포 통폐합을 마무리하고 디지털 금융 거래를 전면 확대하는 파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진회 은행장은 "고객의 디지털 경험과 WM(자산관리)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소비자금융 비즈니스모델 변경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기쁘다“며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고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라고 말했다.

한편 실적 악화에도 2년 연속 1,000억 원대의 고배당을 지급해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씨티은행은 올해 이익 배당을 유보하고 디지털 금융 기반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발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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