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쿠폰 적용 호텔 예약 일괄 취소…발 등에 불 떨어진 소비자 '분노'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아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제공했던 할인쿠폰을 적용한 호텔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피해를 입은 수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빗발치는 항의에 사측이 적절한 설명이나 보상 없이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익스피디아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및 전 세계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글로벌 빅 세일을 진행했다.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뿐 아니라 서울, 부산, 제주 등 국내 인기 여행지 호텔도 다수 포함해 총 4,227개 호텔 예약 시 50~7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명실상부 역대 최대규모의 파격 이벤트였다.

인기 여행지인 태국 방콕 파티오(70%), 대만 타이베이 더 셔우드(60%), 한국 제주 메종글래드(52%), 일본 오사카 케이한 유니버설 타워(50%) 등에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장거리 인기 여행지 소재 호텔도 저렴하게 예약 가능해 여행 관련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 소위 ’대란‘이라 불릴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역대급 할인 혜택에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던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곧 분노와 실망의 비명으로 바뀌고 말았다.

▲ 익스피디아 측의 취소 통보 메일 내용

해당 이벤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한 기쁨도 잠시, 현재 고객들이 사측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 메일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예약했던 호텔을 취소하고 익스피디아를 통해 다시 호텔을 예약한 고객들 중에는 임박한 여행 날짜에 대안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네이버 블로그에 피해 사연을 올린 A씨는 “결혼 2주년 기념으로 호텔을 예약했다가 익스피디아에서 블프 50% 쿠폰을 주길래 취소하고 재결제까지 했는데 새벽 4시에 달랑 10% 할인 쿠폰을 주겠다는 취소 통보 메일을 받아 당황스럽다”며 “당장 이번 주에 여행인데 잔여 객실룸을 구할 수 없어 무척 곤란한 상황이다. 시간도 날리고 돈도 날리고 여행 일정도 망가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한 “호텔과 카드사에도 연락을 해봤다. 그런데 아직 카드승인취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예약을 취소하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익스피디아의 무책임한 일 처리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 밖에 호텔예약 취소로 파생되는 항공권과 현지 렌터카 취소 수수료 등 부가적인 피해를 걱정하는 이용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이미 50% 할인이 적용된 호텔에서 투숙한 고객의 경우, 기존 할인됐던 50% 금액마저 아무런 설명 없이 뒤늦게 카드에서 자동결제된 사례도 나오면서 이용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취소가 불가능한 호텔 예약 건과 관련한 위약금 발생문제마저 사측이 책임지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 아닌지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대급 호텔 취소 사태가 발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익스피디아 측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위해 발행한 50% 할인쿠폰 코드는 특정 고객에게만 메일을 통해 발급된 것으로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코드를 돌려 쓴 경우에는 할인이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피해 고객들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약을 하거나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쿠폰 번호를 광고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인데도 마치 편법을 사용해 할인을 받은 게 잘못인 것처럼 업체 측이 고객들을 오히려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직구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B씨는 “상담원과 통화 중 남의 쿠폰을 쓰고 쿠폰에 대한 약관을 안 읽은 내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굉장히 불쾌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100% 사측 잘못인데 오히려 이벤트에 참여한 소비자들을 블랙컨슈머 취급하는 사측의 방침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고객 C씨는 익스피디아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했다.

C씨는 “이벤트 종료 당일에만 취소했어도 이토록 피해범위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이벤트를 종료한지 3일이 지나 대부분의 고객들이 예약확정 문자를 받고 카드에서도 돈이 빠져간 상황인데 동네 구멍가게도 이런 식의 일처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또한 “취소 메일에는 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심지어 이 모든 게 고객들의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업체 측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처로 상당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면서 익스피디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금이 간 상태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익스피디아 호텔 예약 취소 사태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블프 기간동안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특정한 행사 기간에는 아무래도 관련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시해서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업체 측이 문제를 파악하고 바로 취소 처리를 한 경우에는 이 자체만으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해외업체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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