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 배임·횡령 등 검찰 수사 中 이미지 타격…이 부회장 장내 매수 2대주주 등극 압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 징조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근 경영권 분쟁 의혹 증폭의 발단이 됐던 KTB투자증권 긴급 이사회가 특별한 안건 결의 없이 끝나면서 해당 논란은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분쟁의 씨앗이 완벽히 없어진 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긴장감 감돌았던 긴급이사회....“특별 안건 없이 마무리”

권성문 회장 측이 지난 4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의 눈과 귀가 KTB투자증권으로 쏠렸다.

대외적인 소집 목적은 경영 현황을 점검한다는 것이지만 권 회장이 이사회 소집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통해 권 회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성과가 과대포장돼 있음을 지적하고, 그룹 전반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점을 지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 경영귄 분쟁이 이날 수면 위로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그러나 일각의 예상과 달리 경영권 관련 언급 없이 이사회가 마무리되면서 두 사람의 갈등설은 잦아든 상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사진들은 2시간에 걸쳐 경영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권 부회장과 이 부회장을 포함해 현재 KTB투자증권 이사회에 속한 최석종 사장, 임주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훈규 전 법무법인 원 고문, 김용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기승 전 현대증권 상근감사위원 등 7명이 모두 참석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석종 사장이 경영현황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원만히 마무리됐다”며 “특별한 안건 결의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성문 회장 VS 이병철 부회장, 힘겨루기?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갈등설이 처음 제기된 건 올해 8월이다. 권 회장은 당시 개인 출자한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폭로돼 곤욕을 치렀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회장님 갑질’ 사건이 쌓이면서 응축됐던 국민들의 분노가 권 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으로 폭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쉴새 없이 쏟아졌고, 회사는 갑작스러운 오너리스크로 금융사 이미지에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업계 내 ‘벤처 투자의 귀재’, ‘M&A의 대가’로 불리던 권 회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이 권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모든 사태가 경영권 갈등에서 비롯됐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처음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배임·횡령 혐의 조사와 직원 폭행 CCTV 영상 공개가 맞물려 권 회장이 궁지에 몰린 사이 이 부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사드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서 경영권 갈등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 강화와 우호적인 경영참여를 통해 중장기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지분 보유 목적을 밝혔지만 시장의 의심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임·횡령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제보된 내용이 구체적이라 회사 내부의 고위 임원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로 확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업계는 이미 1년 전 이미 합의된 직원 폭행 사건이 뒤늦게 외부에 폭로된 배경도 같은 경로로 추측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분의 21.96%를 보유하고 있는 권석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최석종 대표이사 등 3명이 대표체제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현재 권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검찰은 KTB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와 권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입지는 풍전등화다.

권 회장의 KTB투자증권 지분은 21.96%로 가운데 실제 의결권 주식은 20.22%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지분을 늘려나가 권 회장과 차이가 불과 5%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IB 사업 및 대체투자 부문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내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이에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 권 회장 측이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 부회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이번 이사회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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