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손보업계 여성임원 4명 불과…KB손보 올해 2명 등용 "유리천장 깰것"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여성들이 임원으로 올라갈 확률은 약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손보사는 한화손해보험이었으며, 메리츠화재는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농협손해보험(대표 오병관)의 경우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 직원 비율자체도 가장 적었다. 근속연수도 다른 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홀대 현상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된다.

▲ 국내 9개 손보사 남녀 임직원 수 (출처=금감원 공시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 9개 손해보험사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47.36%로 절반에 육박한다.

업체별로는 한화손보가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업체 남녀 전체 직원 가운데 과반을 넘는 56.76%가 여성이다. DB손보와 롯데손보 역시 각각 55.70%, 53.74%의 수치로 남자보다 여자 직원이 많다.

다만 롯데손보의 경우 890여명의 여성 직원 중 3분의1가량인 290여명이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직원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이 밖에 KB손보(47.36%), 현대해상(45.89%), 삼성화재(43.81%), 메리츠화재(41.71%) 순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화재(39.88%), 농협손보(35.30%)는 나란히 40%를 밑돌아 업계 내 여성고용 비율 하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여성 고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공공기관의 여성 고용비율이 37.8%로, 이에 비하면 보험업계 여성 고용 비율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직원들의 연차가 쌓일수록 여성 직원들의 자취가 빠르게 회사에서 사라진다는 점에 있다. 남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1년을 넘는 것에 비해 여성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8년 정도에 불과하다.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여성의 수는 손에 셀 정도로 적어진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한화손보가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11년으로 가장 길었으며, 뒤를 이어 KB손보 10년9개월, 현대해상 9년8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적은 농협손보는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가장 짧아 4년6개월에 불과했다. 남성 직원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8년7개월로 여성보다 약 2배가량 길다.

보험업권은 비교적 여풍이 센 곳으로 평가된다. 같은 금융권 내에서도 증권사의 여성 직원 비율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보험사의 여성 인재들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러나 손보사 내 여성 직원 비율은 다른 업계에 비하면 높은 수준인데 반해 여성 임원 비율은 1.15%에도 미치지 못해 보수적인 금융기관의 유리천장을 실감케 한다.

국내 주요 9개 손해보험사중 지난해 9월 기준 여성 임원은 메리츠화재 1명, 한화손보 1명, 삼성화재 2명으로 총 4명뿐이다.

롯데손보, 흥국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농협손보 등 나머지 업체에서는 여성 임원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농협손보 등 농협 계열사들은 여성 간부와 정규직원 비율이 매우 낮아 매년 국감을 통해 여성 인력 활용에 무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257명의 여성 직원 가운데 절반을 넘어서는 139명이 기간제근로자다.

다만 올해 들어 손보업계 일부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KB손해보험은 최근 2018년 임원 및 부서장 인사를 통해 여성인력을 대거 발탁함과 동시에 향후 2020년까지 사내 여성관리자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말과 1월초 순차적으로 진행된 임원과 부서장 인사 발표에서 KB손해보험은 총 7명의 여성 인력(임원 2명/자회사 포함, 부서장 5명)을 등용하는 등 보험사 내 유리천장을 없애겠다는 포부다. 

KB손보 관계자는 “사내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이들을 위한 교육 및 기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난 2016년부터 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로드맵을 정비하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에는 여성전용 휴게실 신설, 사내 어린이집 개소 등 복지제도도 강화하며 사내 여성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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