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가 아닌 로고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망해가던 동네 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가맹점으로 탈바꿈 한 뒤 장사가 잘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소위 ‘브랜드’ 효과다. 

물론 빵집 사장은 본사에 일정 금액의 로열티(상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삼성, LG, SK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지주사들 역시 각자의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20대 기업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는 1년에 약 1조 원에 달한다. 

LG와 SK는 연간 브랜드 사용료로 각각 2,000억 원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CJ 828억 원, 한화 807억 원, GS 681억 원, 한국타이어 479억 원, 두산 331억 원, 한진 308억 원 등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관리, 상품개발, 광고와 마케팅, 교육 및 노하우 전수라도 해준다지만 이들 지주사들은 오로지 ‘간판값’ 하나로 앉아서 거액의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표권(브랜드) 보유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받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주업체들의 상표권 취득 및 사용료 수취 경위, 사용료 수준의 적정성 등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손봐야 할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룹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는 자체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보다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이나 브랜드 사용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브랜드 사용료를 과도하게 책정해도 지적할 근거는 거의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는 무형자산이고 미래 가치를 수치로 산정하는 것도 애매해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일한 ‘돈줄’인 브랜드 사용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지주사의 매출을 늘리고 배당을 통해 총수일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해도 제재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업체마다 사용료 산정 기준 금액, 사용료 산정 기준 비율이 제각각이다 보니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는 개별 집단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도 계열사 중 상표권 사용료 산정방식을 공시한 곳은 12%에 불과했으며, 70%에 가까운 업체들이 상표권 사용료로 얼마를 냈는지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브랜드 사용료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브랜드 사용료 수취 상세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상표권 사용료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고 상세하게 제공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평가하도록 맡긴 것인데 어찌 보면 공정위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인지 모르겠다.

브랜드 사용료 산정 체계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 정당한 상표권 사용료를 수수함으로써 ‘회장님 배불리기’라는 오명을 스스로 벗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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