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수 vs 객단가, 임대료 인하 기준 ‘갈등’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의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철수한 데 이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이견차로 인해 T1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객수 vs 객단가…임대료 인하 기준 ‘갈등’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인하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면세점 업계가 강경한 반응으로 보이고 있다. 업계는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SM면세점 등 T1 면세사업자들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T2(2터미널) 개항으로 T1의 이용객 감소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공사의 임대료 인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1은 현재 동편, 서편, 중앙, 탑승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면세점에 따르면 대형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위치에 따라 면세점의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구역별로 인하 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신라·신세계는 서편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면세점들은 당초 서편에 아시아나항공이 있는 점을 감안해 임대료를 산출했는데, 최근 T2로 일부 항공사가 이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동편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운 서편은 LCC(저비용 항공사) 또는 외국항공사들이 채우게 됐다.

업계는 항공사가 이동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체로 LCC나 외항사들은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력)가 낮아 연매출은 50~6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면세점 업계는 전체 고객 감소에 따른 인하율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객단가에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T1 떠난다…신라·신세계 협상 난항

한편, 롯데면세점은 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율을 수용했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의 ‘27.9% 임대료 인하안’을 받아들여 1,879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를 신청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공항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는 각각 1조 원 이상이어서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철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공사 측도 롯데면세점의 철수안을 받아들였다.

롯데면세점이 공사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인하 방안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공사와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상률을 두고 협의 중에 있다. 업계는 구역별로 인하율을 재산정하지 않으면 롯데면세점과 마찬가지로 T1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열어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사업권 계약 해지에 대한 조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임대료 인하안을 수용하고 이를 적용한 해지 납부금을 정산했다고 밝혔다.

▶공사-면세점, 의견 차 분명 '장기화' 우려

인천공항공사 측은 신라, 신세계면세점 등과 인하율을 조정 단계로 인하율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므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들과 인하율을 조율할 때 객단가로 할 것인지, 고객수에 따를 것인지 이미 논의한 바 있고, 업계 관계자들도 고객수에 따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 부분”이라면서 “객단가로 산정할 경우 업체의 영업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고객수애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또 다른 반응이었다. 면세점 임대료 인하에 대해 협상 중이었는데 돌연 인하율에 대해 통보 받았다는 것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앞서 공항공사 측은 신라, 신세계의 반발에 따라 T1 구역별로 인하율을 달리 적용하는 조정안도 고려하면서 T1 서편은 43.6%, 동편은 30.1%를 낮추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협상에 나섰지만, 최근 일방적으로 27.9%의 일괄 인하율 방안을 적용한다고 했다”면서 “차등 적용안은 그저 예시였을 뿐이라고 하는데, 사업자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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