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주요 지자체 ‘시(市)금고’를 따내기 위한 수주전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103년간 지켜온 서울시 금고의 독점체재가 깨지면서 그 동안 군침만 삼키던 시중은행들의 유치 전쟁이 갈수록 과열양상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 ‘최대어’ 서울시금고 독점체재 깨졌다

100년 동안 독점적으로 이뤄져 온 서울시금고 운영 체제가 깨지고 진입 문호가 활짝 개방된다.

서울시는 현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과의 약정기간이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자금을 관리할 시금고 두 곳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30일 참가희망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하고, 4월 25~30일까지 4일간 제안서를 접수받아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선지정 대상 금융기관을 선정해 5월 중 금고업무 취급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동안 단수금고로 운영해 온 시금고를 올해 입찰부터 일반·특별회계의 관리는 제1금고, 기금 관리는 제2금고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복수금고 도입이 결정된 것이다.

운영의 효율성과 100년 이상 단수금고 운영에 따른 금융권의 의견 등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시 금고와 관련해 그 동안 입찰 시기마다 높은 진입장벽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1915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운영을 시작한 이래 우리은행이 100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면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

결국 서울시가 내년부터 서울시 금고를 복수체재로 운영하기로 결정내리면서 우리은행의 단독 체재는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신한-국민 총력전...우리은행 방어 고심

시중 은행들은 32조 원의 예산을 관리하게 될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금고 유치 경쟁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 금고 복수입찰이 가능할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들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기관영업 강자로 군림하던 신한은행은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에 누구보다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타이틀과 경찰 대출 사업권을 잇따라 타은행에 내주면서 기관영업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014년 입찰에 도전했던 KB국민은행도 다시 한 번 시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허인 국민은행장이 서울시금고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영업 달인’으로 명성이 자자한 허 은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부터 아주대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의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내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관영업부서를 기관영업본부로 확대하는 등 미래 영업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 100년 동안 독점했던 사업을 절반 혹은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우리은행은 한시도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다.

우리은행 측은 최고 수준의 금고시스템 구축과 운영, 1,600여명의 금고전문인력 보유, 국내 최대 OCR센터 운영, 금고관련 무사고 이력 등 무수한 강점으로 내세우며 서울시 금고 수성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 금고를 둘러싼 쟁탈전이 자칫 과열 양상으로 번져 출연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은행들이 시금고 경쟁 입찰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천문학적인 숫자의 출연금 내게 될 경우 결국 일반 고객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 주거래은행으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해야 했던 시중은행들이 우리은행 독점체재가 깨지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수익 등 운영 측면을 고려할 때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서울시금고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뿐 아니라 인천, 세종, 제주 등도 연내 새 금고지기를 선정할 예정이라 올해 은행들의 금고 쟁탈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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