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여파가 그룹 내 금융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열사 지원 가능성 저하 등의 염려를 반영해 롯데카드의 등급전망이 최근 하향 조정된 것.

또한 카드사 전반의 경영여건 악화로 실적부진 가시화 되면서 롯데카드를 둘러싼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롯데카드 측은 오히려 배당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주사 및 오너가 주머니를 채우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 회사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려운거 맞아?” 적자 속 ‘배당잔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로부터 수수료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의 볼멘소리가 한창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인건비나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던 카드사들이 배당에는 유독 후한 인심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현대, 롯데 등 6개 카드사는 올해 1조1,188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로 하반기 들어 실적 악화 흐름이 뚜렷해진데다 올해 악재가 산적해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도한 배당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업계 내 유일하게 손해 보는 장사를 했음에도 배당을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분기 267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2002년 창사 이후 첫 적자이기도 하다.

약 400억 원에 이르는 일회성 평가손실이 3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경영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롯데카드는 이달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총 217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배당금 186억 원과 비교해도 15%이상 증가한 규모다.

통 큰 배당이 더욱 비난 받는 건 롯데카드의 배당금 대부분이 지주사와 오너 일가 주머니로 흘러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한 최대 주주고, 롯데캐피탈이 4.59%, 부산롯데호텔이 1.0%, 신동빈 회장 등 오너가 3남매의 지분도 0.61%가 된다.

롯데카드 한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규모를 결정하게 됐다. 다른 타 카드사에 비해 배당성향이 큰 편은 아니다"라며 "또한 지난해 3분기 순손실이 난 것은 일회성 요인 영향이 컸던 것 뿐"이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부정적’...김창권 사장 ‘고심’

카드사 전체의 업황 악화를 배제하더라도 롯데카드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이 하락하자 덩달아 롯데카드의 신용등급도 영향을 받았다. 부진한 실적에 신용등급 하락 위기까지 덮치며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돼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카드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롯데손해보험 등 나머지 금융계열사는 기존 등급전망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지난달 초 한국신용평가 역시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원주체인 롯데그룹 신용도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경과 등을 고려해봤을 때 롯데카드에 대한 지원능력이 저하될 것이란 판단이다.

취임 이후 ‘실적 개선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며 가속화되는 위기 속에 김창권 사장의 고뇌가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김 사장은 최근 그룹 승진자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등 그룹 내 입지도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코너에 몰려있다.

끊이지 않는 매각설도 김창권 사장의 아킬레스건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2년 내에 보유 중인 금융사를 처분하거나 지주 소속이 아닌 회사에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은 “그동안 롯데카드는 디지털, 모바일 등의 측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확실한 결과물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카드산업은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에 매우 중요한 회사다”라고 매각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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