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비만 유발 '악마의 지방'…'표시의무제' 넘어 '완전 퇴출'까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유명 셰프 최현석의 이 명언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튀김요리는 웬만해선 실패가 없다는 것인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튀김요리를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튀김요리’는 건강엔 치명적 ‘독’이다. 바로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 때문이다.

바삭한 식감의 튀긴 음식을 만들 때는 주로 값싼 쇼트닝이나 마가린과 같은 고체 상태의 기름을 사용하는데 이 속에서 ‘트랜스지방’이 생성된다.

튀김뿐 아니라 각종 패스트푸드, 팝콘과 비스킷·케이크·빵 등 과자류에도 많이 들어있는 트랜스지방을 일상에서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강력한 목소리로 ‘트랜스지방 OUT’을 외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출처=PIXABAY

▶‘하늘이 내린 맛’의 진실

‘악마의 지방’으로 불리는 마가린, 쇼트닝 등 트랜스지방은 한 때 ‘하늘이 내린 맛’이라는 찬사를 받던 시절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천연지방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인공지방인 트랜스지방의 몸값이 올라갔고 1970년대에는 포화지방의 대체품으로 각광 받기도 했다.

트랜스지방은 산패되는 속도가 느려 감자튀김, 빵, 과자, 비스킷, 초콜릿, 팝콘 등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된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에는 대체적으로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맛도 좋고, 식감도 좋고, 냄새도 좋은데 여기에 저렴하고 보관기관까지 길게 해주니 식품업체는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의 영광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트랜스지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지방’으로 전락한다.

실제로 트랜스지방은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유발한다.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해 고체로 굳힌 트랜스지방을 몸에서 포화지방으로 착각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 원인이 된다.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아지면 동맥경화·심근경색·뇌졸중 등의 각종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트랜스지방은 일반 지방과 다르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방이기 때문에 섭취하면 살도 더욱 잘 찌도록 만든다.

게다가 한 번 몸 안에 축적되면 배출이 잘 되지 않아 혈관과 세포를 더 노화시키는 등 인체에 각종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

한 마디로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

▲ 출처=PIXABAY

▶"트랜스지방 제로화" 기억하시나요?

트랜스 지방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우리보다 한 발 먼저 가공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제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10년 전인 2007년 12월부터 빵과 초콜릿, 면류 등 가공식품에 대해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제품에 표시하도록 했다. 패스트푸드와 외식업체의 경우 표준화의 어려움을 감안해 2010년부터 해당 제도를 적용시켰다.

이로 인해 식품업계는 당시 비상이 걸렸다. 유해물질로 악명 높은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게 식품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로 떨어지게 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닭을 튀길 때 트랜스 지방이 없는 고급 올리브유를 쓰도록 바꿨고 롯데·오리온·해태 등 제과업체들도 잇달아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돌입했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에선 파리바게뜨가 가장 먼저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정부의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화 정책 이후 식품업체들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기름과 제조 공정을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게 됐고 최근까지도 몇몇 업체들은 트랜스지방 없는 건강한 맛을 강조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트랜스지방 함량 확인은 의외로 적어

하지만 아직까지 트랜스지방의 완벽한 퇴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트랜스지방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실 제품 뒷면 영양성분표에 표시돼 있는 트랜스지방 ‘0’에는 약간의 허점이 있다. 1회 섭취량에 든 트랜스지방 함량이 0.2g 미만일 경우 함량을 그대로 쓰거나 `0`으로 표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트랜스지방이 0.19g 들어있어도 업체들은 0이라고 표시가 가능하고, 소비자들은 곧이곧대로 0으로 믿는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일일이 확인하고 먹어도 소량이나마 섭취할 확률이 높은데, 트랜스지방 함량을 확인하는 사람은 의외로 더욱 적다고 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양성범 교수팀이 전국 성인남녀 331명을 대상으로 2017년 3월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트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영양성분 중 주로 확인 목록에 '열량'이 가장 많았으며, 트랜스 지방 함량 확인은 많지 않았다.

양 교수팀은 논문에서 ”이는 영양성분 의무표시대상 전체를 일괄적으로 식품 라벨(영양 성분)에 표시하도록 하는 현행 표시 제도 대신 식품유형별 선택적 영양성분표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트랜스 지방 등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식생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PIXABAY

▶해외에선 이미 ‘사망선고’…WHO “2023년까지 완전 퇴출”

2006년부터 가공식품 제조자에게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했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후 2016년 가공식품 제조 공정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트랜스지방 저감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식약처와 국내 식품·외식업체들도 보다 한걸음 나아간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현지시각으로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퇴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리플레이스(REPLACE)' 가이드를 발간하고 전 세계 각국의 동참을 촉구하면서 최근 트랜스지방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우리의 아이들이 식품을 섭취할 때 안전하지 못한 식재료에 노출돼야 할 이유가 없다”라며 “새로운 전략을 이행하면 트랜스지방을 퇴출하고 심혈관계 질환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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