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어린이들이 즐겨 마시는 딸기우유는 맛도 맛이지만 예쁜 색감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 핑크빛 색감이 ‘벌레’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딸기우유의 붉은 색이 실제로 과일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원재료가 ‘벌레’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벌레라는 두 글자만으로 입맛이 뚝 떨어지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에 사로잡히며 손길이 현저히 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벌레에서 추출한 천연색소

딸기우유뿐 아니라 우리가 즐겨 먹는 햄과 음료수, 사탕, 게맛살, 명란젓 등 각종 먹을거리에 붉은 색을 내기 위한 원료로 식료품업체들은 흔히 코치닐추출색소를 사용한다.

직접찍음
출처=김은주 기자

놀랍게도 이 코치닐색소는 중남미 지역 코치닐선인장 등에 기생하는 연지벌레 암컷인 코쿠스칵티(Coccus Cacti)를 건조시킨 후 분말로 만들어 추출한 적색계의 천연 색소를 뜻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먹기 꺼리는 ‘벌레’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화학물질이 아닌 살아있는 자연에서 채취한 생물체가 원료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천연 첨가물로 분류된다.

잘 변색되지 않고 색상이 선명한데다 천연으로 홍보까지 할 수 있으니 코치닐 색소는 화학물질 기피 풍조로 위기에 봉착한 식품업계 합성 착색료의 대안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부터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못 이겨 딸기크림프라푸치노 등 인기 제품에 코치닐색소 사용을 중단해야만 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코치닐 분말염료 1kg를 얻기 위해서는 연지벌레 벌레 약 15만5,000마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 채식주의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고, 이후부터 토마토에서 추출하는 리코펜 색소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모르는 게 약은 아니다

단순히 원재료가 벌레라는 점만 꾹 참고 감안할 수 있다면 모르고 사는 것이 약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연지벌레를 통해 추출되는 코치닐색소를 식용하는 것은 비단 채식주의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코치닐색소는 천연 재료에서 성분을 뽑아냈을 뿐 알코올을 사용하는 화학적 합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이 색소의 건조 시 변색방지와 용해도 증가를 위해 안정제와 유화제 등도 첨가된다.

전문가들은 원료 자체가 천연물질이라도 추출과정을 거치게 되면 합성물질보다 안전하거나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또한 코치닐 색소가 과연 진정한 천연첨가물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기도 한다.

코치닐색소가 유해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치닐 색소가 지니고 있는 벌레 단백질이 발진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실제 2009년 캐나다에서 1살짜리 한 아이가 코치닐색소가 든 요거트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과 함께 호흡발작을 일으켰다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후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 코치닐색소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유전자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발표된 바 있고, 원인불명의 쇼크 등 부작용 사례가 줄줄이 보고됐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식품의약국(FDA) 등은 코치닐색소를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의심 물질로 규정하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에서 아직까지도 아이스크림, 햄, 젤리, 과자 등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의약품에도 다양한 품목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채식연합회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은 코치닐색소를 천연색소라고 이야기하지만, 곤충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코치닐색소 사용을 중단하든지 벌레로부터 추출한 색소라는 점을 명기하든지 해 더 이상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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