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불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 성토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카드수수료에 반영되는 밴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게 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가맹점수수료율이 더 인하될 예정인 만큼 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 “밴수수료 정률제로…수수료 상한액 인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카드사 CEO 간담회’를 개최해 카드이용 관련 가맹점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7월 말부터 카드수수료에 반영되는 밴수수료 산정방식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결제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VAN)사는 가맹점과 카드회사 사이에 있는 업체로, 그동안 밴수수료는 카드수수료율에 반영돼 결제 금액과 무관하게 결제 건당 일정 금액으로 적용돼왔다.

예컨대 밴수수료가 건당 100원인 경우, 결제 금액이 1만원인 가맹점은 결제 금액의 1.0%를 밴수수료로 부담하지만 결제 금액이 100만 원인 가맹점은 0.01%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 카드수수료 원가항목 중 하나인 밴수수료를 결제 건당 같은 금액을 적용하는 정액제가 아닌 결제액이 작을수록 낮게 반영하는 정률제로 개편하면 소액결제가 많은 골목상권은 수수료 부담이 적어지고 백화점 등 거액결제업종은 높아지게 된다. 한 마디로 대형업종에서 수수료를 더 걷고, 자영업자는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출액 5∼10억 원 구간의 소액결제업종과 거액결제업종의 수수료율은 평균 2.34%와 1.90%로 격차가 매우 컸으나 개편 이후에는 평균 2% 수준으로 거의 동일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는 밴수수료 정률화에 따라 카드사들도 수수료 상한액을 2.5%에서 2.3%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수수료율이 상향 조정되는 거액결제 가맹점의 급격한 부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일방적 통보에 카드사 속앓이...“마른 수건 쥐어짜기”

당국의 일방적 카드수수료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이후 카드사들은 대놓고 불평도 하지 못한 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정부의 잇단 카드수수료 산정 개입으로 시장원리가 훼손되면서 정상적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에 대해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

앞서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차례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카드사 수익성은 이미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밴수수료가 정률제로 바뀌게 되면 사실상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에서 밴수수료를 밴사에 지급하고 최종적으로 남는 수수료를 카드사가 갖게 되는 구조인데, 정률제를 도입하면 일단 소액다건업종의 수수료 수익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대형가맹점에 더 많은 수수료 내도록 하겠다는 의도지만 카드사들은 전혀 현실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카드사 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들이 밴수수료 인상을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간에 낀 카드사만 난감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한편 금융노동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성명서를 내고 “금융당국의 끝을 알 수 없는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인해 카드산업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으며 카드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카드산업이 이번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간담회를 통해 샌드위치 산업으로 전락했다”며 “영세,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대수수료율을 통해 하한선이 확대되고 있고, 위에는 상한선 인하를 통해 위, 아래로 압박을 받고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찢어지기 마련”이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금융위원회가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카드사 사장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간담회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금융위가 준비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사전에 카드사 사장단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진행된 간담회 자리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카드업계 자율로 운영 중인 수수료 상한을 금융위가 어떻게 강제적으로 2.5%에서 2.3% 인하할 수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수수료 상한선은 여신전문업법, 시행령, 감독규정에도 없다. 말 그대로 업계가 자율적으로 상한선을 설정해서 운영해왔는데, 금융위원장의 말 한 마디로 법이 되고, 감독규정이 되는 방식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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