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시원한 탄산음료가 생각나는 계절이 찾아 왔다.

얼음 띄운 시원한 콜라나 사이다 한잔은 따뜻해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하지만 이 잠깐의 행복이 건강에는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탄산음료 속에 든 ‘당’ 때문이다.

▲ 출처=픽사베이.

■ 설탕 보다 더 달콤한 ‘액상과당’

우리는 자주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탄산음료뿐 아니라 과자, 빵, 아이스크림, 상큼한 과일주스 그리고 카페 셀프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럽, 커피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심코 먹는 당 섭취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가끔은 건강을 의식해 ‘무설탕’이나 ‘과즙 100% 주스’ 등의 제품을 집어 들고 나름의 만족과 안도를 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 가운데 설탕 대신 액상과당 등 첨가 당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과일주스 및 커피, 콜라 등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인공감미료는 ‘액상과당’이다.

액상과당은 단맛이 나는 액체시럽을 말한다. 영어로는 High Fructose Corn Syrup(HFCS)이다.

액상과당은 콘 시럽의 성분을 조절해 만들어 과당의 비중이 높고 설탕시럽보다 점성도가 큰 액체다. 얼핏 들으면 옥수수에서 추출한 자연유래 시럽처럼 들리겠지만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의 포도당을 가공하면서 인위적인 당을 첨가해 만드는 인공감미료다.

액상과당 제조에 사용되는 옥수수 녹말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액상과당은 설탕 보다 싸다. 그리고 액상과당 가공 과정에서 과당 비율을 높아지도록 변환시키다 보니 설탕 보다 약 1.5배 정도 더 달콤하다.

또 설탕에 비해 물에 잘 희석되기 때문에 설탕의 대체제로 가공식품 등에 자주 사용된다.

■ 설탕 보다 치명적인 액상과당

▲ 출처=픽사베이.

문제는 이 액상과당이 설탕보다도 몸에 더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달지만 우리 뇌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해 단맛을 덜 느껴 더 많은 양의 당을 섭취하게 된다. 설탕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 탓에 액상과당은 체내 흡수도 빨라 설탕보다 혈당도 빠르게 올린다.

이 때문에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과잉 섭취하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강재헌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일의 과당은 비타민이나 식이섬유를 함께 먹어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고 포만감을 느끼지만 액상과당은 영양소 없이 포만감도 적어 과잉섭취하기 쉬워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액상과당은 천연 과당보다 혈액에서 단백질 성분과 더 잘 엉겨 붙어 혈액 속 염증물질이 생성되면서 심뇌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쉽게 지방산으로 전한되는 탓이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고 식욕억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과식을 유발시켜 비만으로 이어지게 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하그이 바트 회벨 교수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액상과당을 과도하게 먹을수록 혈중 지방질이 악화됐으며 혈관 질환의 징후가 증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기간 액상과당을 섭취할 경우 기억력 약화에도 영향력을 끼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4,000여명이 참가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 매일 두 개 이상의 가당 음료를 소비한 그룹은 기억에 중요한 해마의 양이 다른 그룹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료를 하루에 2잔씩 마시면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6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설탕과 액상과당이 대사나 내분비 반응에 있어 차이가 없다는 논문이 2013년 미국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 무설탕에 속지 말고, 단맛 유혹 이겨내자!

▲ 출처=픽사베이.

과잉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가 우려돼 액상과당을 피하려면, 무설탕 제품이 안전하다는 생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무설탕이라 표기된 음료 등은 실제로 설탕이 극소량 첨가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글자 그대로 설탕만 들어있지 않을 뿐 이지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당분도 넣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시중에 100% 천연임을 내세운 오렌지주스조차 액상과당이 포함돼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제품 포장에 기재된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액상과당은 음료뿐 아니라 단맛이 나는 초콜릿, 잼, 과자, 통조림 등 가공식품 다수에 함유돼 있기 때문에 달콤한 가공식품을 살 때는 앞만 보고 먹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려면 액상과당의 또 다른 이름을 숙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액상과당은 HFCS, 옥수수시럽, 옥수수설탕, 말토덱스트린, 글루코오스 시럽, 고과당 시럽 등으로도 불리고 있어 성분표에 이 같은 표현이 나온다면 피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당 섭취를 피할 수 없다면 하루 섭취량을 측정해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가공식품에는 액상과당 섭취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고 있어 측정이 어렵다.

때문에 되도록 가공식품은 피하고 과일 등을 통한 당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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