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⑦

유투브 타투쉐어TV 캡쳐 이미지

[컨슈머치 = 송수연 김은주 박지현 기자] 트렌드에 민감한 홍대에서 만난 타투이스트 주다스.

그의 숍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이미 그는 찾아온 손님과 상담이 한창이었다. 정중하게 우리를 맞이한 그의 모습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타투.

목을 타고 턱 끝과 귀 밑까지 올라온 날개 모양의 타투는 타투알못(?)이 봐도 매력적이었다. 타투의 매력에 푹 빠져 타투이스트로서의 삶을 결심했다는 그.

그는 타투이스트로서의 삶에 큰 만족과 행복감을 보였다.

<컨슈머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알 수 있었는데, 그와 나눈 대화를 지금 공개한다.

Q. 주다스라는 예명을 사용 중인데 뜻이 궁금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예명을 주다스(Judas)로 결정했는데 주다스는 성경에 나오는 ‘가롯 유다(Iscariot Judas)’다. 굳이 더 거창하게 말한다면 유다는 성경적 인물 중에서도 예수를 배신했던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으로 유다에 대한 인물 연구가 참 많이 이뤄졌다.

성경적, 신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성경 구조 상 꼭 필요했던 인물이란 생각을 한다. 유다가 흔히 악으로 간주되긴 하지만 유다가 없이는 예수의 신성성을 부각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적으로 봤을 때는 좋지 않은 시선일 수 있어 뿌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다스라는 예명을 쓰게 됐다.

그래서 하는 작업도 종교나 그와 관련된 조각상이 많다.

Q. 타투를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

햇수로 이제 6년차다.

Q. 입문 계기는 ?

워낙에 오래 미술을 했다. 미술 강사 생활도 오래 했고 페인터(Painter, 화가·화공)로도 활동했다. 순수 미술 쪽에서 계속 하다 보니 회의감이 있었다. 교만하게도 어린 나이에 감히 순수 미술이 재미가 없다고 느낄 때쯤 저한테 존경하던 미술 강사이자 타투이스트였던 형님에게 타투를 받게 됐다.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일을 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시작하게 됐다.

Q.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을 것 같은데

맞다. 부모님이 굉장히 반대했다. 종교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직업군에 있다 보니까 더욱.

Q. 타투의 매력은 언제 느끼나

순수 미술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단 고정된 소재로 그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타투라는 것은 사람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캔버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개인이 나의 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내가 그린 그림이 계속해서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는 영구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즉 내게 타투 받은 그 한 분이 대중의 전시관이 돼 준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Q. 시작하고 힘든 점은 없었나

초반에는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 사실 이 일이 그렇다. 초반에는 다들 금전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해 1년 이상 버티기 힘들어 한다.

Q. 6년 동안 타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한 분, 한 분 다 재밌고 지금 받고 계신 분들도 모두 기억에 남을 손님이다.

그래도 굳이 뽑는다면 구찌 본사 딜러분이 찾아온 게 기억난다. 사실 그 분이 한 말이 감명 깊어서 번뜩 생각났다.

그 분은 시술을 받으면서 명품과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말씀해줬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그 가치대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골자는 대부분 브랜드 제품과 명품의 차이를 모르는데 명품은 가치가 변하지 않고 브랜드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말이었다.

저 또한 반 세기 이상 가는 타투를 하는 사람으로서 명품의 가치를 전달해 드리는 타투이스트로 남고 싶다.

Q. 최근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고 편안한 직업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간단히 말해 지박령 신세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정말 일만 하고 살아야 하는 직업에 가깝다.

마케팅이나, 입소문이 타는 것도 다른 직군에 비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평생 몸에 가지고 가는 타투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손님의 피드백도 강하게 오는 편이다. 기술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 뒷받침이 중요하다.

Q.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 청년들은 타투이스트의 하루도 궁금할 듯, 하루 스케줄은 어떤지

먼저 타투 시술은 예약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에 주문을 받고 일주일정도 도안을 디자인 한다. 그리고 정해진 작업 날에 타투 작업을 진행한다.

예약이 좀 밀려 있다 보니 도안은 매일 작업한다고 보면 된다. 도안은 보통 4~5시간 작업하고 시술은 짧게는 6시간에서 최장 15시간까지 하기도 한다.

홍보 및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도안도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사실 거의 쉴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

처음 새긴 타투 / 작업 도안

Q. 일=행복?

바쁘지만 행복하다.

정말 많은 일을 도전하고 시도했다. 그 때마다 두 세가지 일을 겸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타투는 타투만 해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타투를 받는 사람의 피부 컨디션 등에 따라 변동이 많은 부분에서 흥미를 느낀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넥타이 메고 보통의 직장인처럼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 일이 맞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일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2~3년 정도는 웃으면서 할 수 있겠지만 지루함을 빨리 느끼는 편이라 오래 할 수 없을 것이다.

Q. 국내 타투 대중화에 가장 큰 전환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많은 계기 중에서도 힙합 문화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박재범 등이 대중 매체를 통해 타투를 노출하면서 대중의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요즘 유명 연예인들이 워낙 타투를 많이 받고 노출을 하다 보니 특히 젊은층으로부터 인식이 좋다.

Q. 요즘 유행하는 타투는?

블랙워크. 패션에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장르다. 기존 올드 스쿨 개념을 블랙잉크로만 섞어서 하는 걸 말하는데 간단히 블랙 잉크만 사용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쉽다.

Q. 숍이 홍대에 위치해 있다. 다수의 타투숍이 홍대로 몰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말 너무 많다. 과포화 상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타투 메카 중 하나고 분위기 자체가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서브컬처 장르가 모여 있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Q. 가르치는 수강생들도 있던데 본인은 누구에게 배웠나.

누구에게 배워 본 적은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흑역사도 많다.

맨 땅에 헤딩하듯 배웠다. 타투이스트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10분이라도 내주면 그 때마다 메모하고 배웠다. 추후 어떤 형태로라도 배움에 대한 값은 갚아 나가겠다며 그렇게 혼자 치열하게 습득했다.

그래서 후배 양성에 더욱 애정을 쏟는다.

사실은 타투를 하는 것 보다는 가르치는 롤(Role)에 아이덴티티(Identity)가 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몸에는 수강생들이 한 타투의 흔적이 많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