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⑭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박지현 기자] 요새 길거리를 걷다보면 팔과 다리, 어깨 등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긴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폭의 상징으로 금기시 여겨졌던 문신(文身)이 언젠가부터 타투(Tattoo)라는 명칭으로 변모해 대중 속으로 성큼 다가오게 됐다.

타투를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을 해주는 사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항간에는 타투이스트의 한 달 수입이 몇 천 만 원이며, 손쉽게 외제차를 끌 수 있는 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출처=이바사 춘타투)
(출처=이바사 춘타투)

하지만 홍대타투전문점 ‘이바사(이 세상을 바늘로 그리는 사람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춘타투(Chuntattoo) 성춘규 대표는 ‘타투이스트’는 ‘타투’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잘 버는 줄 알고 시작하죠. 어린나이에 하루에 몇 십만 원의 수익을 낼 때도 있으니 일반 월급을 받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돈을 잘 버는 편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기 벌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타투이스트보다 훨씬 잘 벌 수 있는 직업이 많으니 다른 일을 하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있지 않다보니 일단 배우는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데다, 타투 기술을 습득했다 해도 고객을 유치를 하는데 까지 또 긴 시간이 걸리다 보니 바로 수입이 생기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성 대표 역시 주변에서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 첫 시작을 독학으로 배워야만 했다. 그 시절 그의 무기는 오로지 오기와 끈기였다.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제는 유명한 타투이스트로서 이름을 날리게 됐지만 성 대표는 여전히 쉬운 직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타투이스트의 하루요? 굉장히 바쁘죠.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일단 작업 전 상담을 통해 디자인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려야 해요. 그림이 완성되면 해당 작업물을 다시 타투로 표현하는 작업을 거쳐요. 사진을 찍어 포토샵을 거쳐 SNS에 홍보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의 인맥관리도 필요합니다. 굉장히 바쁜 하루를 살고 있어요. 주변에서 타투이스트는 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바쁜 직업이고 할일도 많은 직업이에요”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지만 반드시 미술을 전공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비슷한 작업으로 쉽게 생각해 도전했다가 연필로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바늘로 그림이 안 나오자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몇 년 동안 연필을 잡았던 습관이 고집으로 변해있어 그걸 꺾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았죠.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고 4~5년까진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면서 느낀 점은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센스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 묻는데, 아니요 그 센스라는 것도 하다보면 생기던데요?”

그가 꼽는 타투의 가장 큰 매력은 한 번 새기면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고 몸에 남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 대표는 자신의 몸에 ‘모든 것은 떠나도 예술만은 몸에 남는다’란 문구를 레터링 타투로 새겨 넣기까지 했다.

다만 그는 영원히 몸에 남는 것인 만큼 타투를 새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타투를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안 하는 게 맞아요. 요즘 여름만 되면 흔하게 보이는 게 타투다 보니 단순히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하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은 열이면 열 다 후회를 해요. 타투는 몸에 평생 남는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인데, 그게 스트레스나 후회로 남으면 안 되잖아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해야 해요”

또한 켈로이드 피부거나 아토피가 심한 사람, 피부건조증이 심한 사람의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으니 타투를 시술 받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골똘히 여러 가지 사례들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아이돌 그룹 2AM의 멤버 조권에게 만화 캐릭터 심슨 타투를 시술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그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고난도 작업이었다고 반추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얼굴을 타투로 하신분과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커플 타투를 커버업 하러 온 손님도 기억에 남네요. 요즘은 흉터를 커버하려고 오시는 어머님 아버님 세대 분들도 많이 계세요. 몇 십 년 동안 창피하다고 느끼며 살다가 요즘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면서 찾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손님들이 타투를 통해 마음 속 상처까지 치유 받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는 성 대표에게 타투이스트를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묻자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기억해 줄 때라는 답을 멋쩍게 내놨다.

“집에 도시가스 점검하러 기사 분이 오셨는데 제 이름을 듣고 알아봐 주셨을 때 조금 놀랐어요. 물론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웃음). 사실 남에게 이름이 기억되는 직업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저희가 유명인도 아니고요. 그래서 타투를 가르치는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좋은 타투를 해줘야 된다는 거죠. 그렇게 되려면 타투를 잘 해야 하고, 타루를 잘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되니까.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타투인거 같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면허를 소지한 전문의를 통해 타투 시술을 받을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불법을 규정짓고 있다. 한 마디로 타투이스트 대부분이 불법 시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타투를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타투업계 가장 큰 화두인 양성화와 합법화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금은 너무 포화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막상 손님이 없으니까 저질의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 때문에 여러 사람 몸을 망쳐 놔서 최근에 저는 커버업 타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러면서 자기들이 예술을 하는 줄 아는 거죠.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다들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해 뭉치지를 않아요. 이게 현실이라 속상하지만 윗세대 타투인들이 힘들어도 좀 이끌어가는 모습이 보여준다면 조금씩 움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합니다. 합법화…참 어려운 문제네요”

마지막으로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묻자 그는 꿈이 있었으나 합법화가 됐을 때 이야기라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계속해서 매년 해외 타투컨벤션을 통해서 저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좋은 후배 양성을 위해 힘도 써봤지만 키워놓으면 나가는 일이 태반이라. 앞으로는 조용히 혼자 제 작업을 위해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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