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⑨

타투는 불법일까, 합법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의사 면허를 소지한 전문의를 통해 타투 시술을 받을 경우는 합법이지만 그 외는 모두 불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의사자격이 있는 타투이스트는 전체의 1% 수준으로 매우 적다.

그 말은 곧 합법적으로 타투를 시술하는 타투이스트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나 이태원 거리에는 타투 시술 업소가 꽤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SNS를 통한 홍보 활동도 보인다.

타투 시술은 ‘불법’이지만 사실상 단속과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컨슈머치 = 송수연 김현우 박지현 기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타투 관련 법이 없다. 허나 국내에서는 "타투는 의료행위"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1992년 법원이 눈썹미용 문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이후 타투는 유사 의료 행위로 분류, 의사 외에 시술하는 것이 불법으로 간주돼 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타투이스트로서의 자격이 까다로운 걸까?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타투가 합법인 나라는 어디? 국가별 관리 기준

전 세계적으로 타투를 의료 행위로 규정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때문에 일본 역시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는 것은 불법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국가의 경우 합법적인 타투이스트가 되는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일정 자격 요건만 갖추면 합법적으로 시술이 가능하다.

주요 국가별 문신 규정 및 자격 허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미국, 교육 이수하면 타투 시술 가능

과거 미국도 타투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했지만 최근에는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자격을 주고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술자 자격 및 업소 허가 등 타투 관련 규정은 주법(州法)에 따른다. 이 때문에 각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규정이 엄격한 코네티컷주는 단독으로 타투를 시술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로 한정한다. 시술자 자격 허가를 받은 타투이스트일지라도 의사의 감독 하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그 외 주에서는 자격 허가를 받은 타투이스트면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클라호마주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려면 주 보건부에서 '전업 시술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부, 위생, 염료 등에 대한 교육을 1,50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선배 타투이스트로부터 받는 심미 교육도 포함된다.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는 최소 관련 교육을 3년 이상 받도록 하고 있고 3년에 한 번씩 발급 받은 면허에 대한 갱신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주는 인증 업체를 통한 교육을 2시간 이상 이수 받으면 타투이스트로서의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면허는 1년에 한 번씩 갱신이 필요하다.

▶영국 '도제식 교육' 1년 이상 필수

영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타투와 관련된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더불어 각 지역마다 별도의 규정을 제정해 관리 중이다.

영국에서 타투이스트가 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기술, 위생, 안전에 관한 내용을 교육받아야 한다. 이후 업소를 개설코자 하는 지역의 규정에 따라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에는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한 정규 교육은 없지만 보건안전처에서 타투이스트 교육 담당자를 두고 혈액 매개 전염성 질환 등의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 신고제 운영…21시간 교육 필수

프랑스는 2008년 2월 19일 타투 관리 법령이 신설됐다.

해당 법령에는 위생 조건과 용품의 제조 포장 및 유통, 피술자에게 고지해야 하는 정보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타투이스트로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려면 해당 지역의 보건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시 법으로 규정된 최소 21시간의 위생 및 보건 교육 이수증 제출은 필수다.

또 타투 업소는 신고제로 운영되며 개설 시 지역 보건청에 신고해야 한다. 시술 장소는 환기가 잘 되고 협소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다른 장소와 독립돼야 한다. 

프랑스 보건부에서 권장하는 이론과 실습 교육에는 해부학, 피부 생리학에 대한 일반 지식, 공중 위생법, 감염과 알레르기 위험성, 폐기물처리 등이다.

▶우리나라 시술자, 15% 독학하기도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타투 시술을 할 경우 「의료법」 및 「보건 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

다만, 시술을 받은 사람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의료 면허를 가진 타투이스트는 10명 남짓으로 대부분 불법으로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며 관련 위생교육 등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진행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국내 타투이스트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78.6%) 도제식 수업을 통해 기술을 익혔다고 밝혀 전문화된 교육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머지 15.1%는 인터넷 등을 통해 독학으로 타투를 배웠다고 응답해 자격 관리 및 타투 시술의 양성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개방적인 나라들은 타투에 관대할까, 국가별 인식

그렇다면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일본, 보수적

일본은 한국 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일본은 타투의 역사만 600년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나라와 함께 타투를 불법으로 보는 유이한 국가다. 

영국의 축구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참가했을 때, 일본에서 경기를 치를 때는 타투를 가리기 위해서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일부 해수욕장은 타투 노출을 금지하는 조례가 제정하는가 하면 일본 대부분의 온천에서 몸에 타투가 있는 사람은 입장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타투가 있는 사람이 입장 가능한 온천 위치가 따로 공유될 정도다.

▶'트럼프 효과' 미국의 타투 인식 변화

자유하면 떠오르는 ‘미국’.

역시 미국은 타투에 관대한 모습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21%가 타투를 가지고 있었고 매년 상승 추세였다.

최근에도 타투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의미인데, 타투 시술 대신 타투를 제거하는 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타투를 제거하겠다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묘하게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생긴 변화인데, 불법체류자가 대거 추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방을 피하는 방편으로 타투 제거가 손꼽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지 언론은 “추방을 피하기 위해 타투를 지우는 사람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반 타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편이지만, 실제 미국 이민자 등에 따르면 갱단의 명칭이나 암호, 사건번호 등 지나친 타투에 대해서는 금기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타투하면 떠오르는 ‘태국’

태국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타투를 고민한다.

비교적 시술 비용이 저렴하고, 유명 거리에 위치한 타투숍들도 많다. 

태국에는 '싹 얀'이라는 타투가 있는데 이는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부적의 의미로써 새긴다. 

싹 얀은 종교적인 색이 짙은만큼 대부분 도안도 불교식 부적과 비슷하다.

다만 일반 태국 사람들의 인식은 다르다. 종교적 이유의 타투가 아니면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프랑스 외 국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프랑스 타투를 경험한 인구는 2006년 기준 10%다. 미국(21%), 덴마크(13%) 등에 비해서 다소 낮은 수치다.

과거 가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타투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답게 점차 인식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프랑스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타투를 지우기 위해 레이저 치료를 받으러 온 1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51명 중 114명(75.5%)은 시술 직후 만족했지만 그 중 71명(53.6%)는 1년 이내 타투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고 응답했다.

타투 제거의 이유는 흥미를 잃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등이었다.

그 외에 영국도 타투에 대해 관대하지만은 않다. 2014년 BBC는 타투로 인해 직장을 읽은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경험자 중 후회하는 사람 많아

국내의 경우 대중 매체를 통해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SNS을 통해 타투를 간접 경험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는 안정환의 어깨에 새겨진 타투를 기억할 것이다. 

안정환이 상의를 탈의하면서 드러난 이 타투는 월드컵 4강 진출의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타투가 빈번하게 공개되면서 국내 타투 인구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업계 추산 국내 타투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한 듯하다.

그 예로 아직까지 방송에서 타투는 모자이크 처리된다. 일부는 타투를 테이프로 가리고 출연하기도 한다. 

또한 타투를 후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타투를 후회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사에 참여한 A씨는 “좀 더 계획적으로 해야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참여자 B씨는 “시술 직후부터 '미쳤다, 왜 했나' 생각했다”고 밝혔고 C씨는 “이미 한 거 어쩔 수 없다. 타투는 지우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번 새겨진 타투 계속 데리고 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타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타투를 제거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며 “제거가  완벽기 어려운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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