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⑯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기자의 한 지인이 팔 한 귀퉁이에 문신을 새겼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담은 히브리어 문장인데,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인이 타투 시술을 받은 곳은 다름 아닌 강남의 한 피부과였다.

보통 타투는 홍대 등에 위치한 타투숍에서 시술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피부과에서 받았다니 의외였다.

타투를 하다 감염이 되거나 부작용이 있다는 사람들을 봤는데, 안전하게 시술받기 위해서 병원을 선택했다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다.

실제로 알아보니 현행법상 타투 시술은 면허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였다.

흔히 보아 온 홍대나 가로수길에서 하는 타투 시술은 사실상 불법 의료 행위인 것이다. 또 굳이 큰 그림을 새기는 것이 아니더라도 요즘 흔한 눈썹 문신 시술도 엄연히 의료 행위로 불법이다.

TV는 말 할 것도 없고, 일반인 중에도 타투를 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시대다. 병원에서 타투받았다는 사람이 드문 만큼 대다수 소비자들은 일반 타투숍에서 새겨 넣었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시술이 불법인 줄 알고 있을까. 또 이렇게 대중화 된 타투 시술은 왜 아직도 불법으로 존재할까. 

타투 문제를 다뤄보기로 마음 먹고 취재에 나섰다.

취재 후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국내에서 타투를 한 소비자는 업계 추산으로 1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더 놀랄만한 것은 의료 면허를 가진 타투이스트, 다시 말해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는 전국에 10여명뿐이라는 점이다.  

예상대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불법으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리로 나가 소비자들의 타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10대, 20대는 대다수가 타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시술 받는데 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타투이스트가 장래 희망이라는 청소년도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몇몇 중장년층은 자신이 타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젊은 세대의 개성, 그들만의 문화 정도로 받아들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도적으로 합법적인 시술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한 산업을, 더 나아가 한 문화를 음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느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타투이스트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보건 및 위생교육, 시술 실습 등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자격을 부여한다. 해외에서 타투이스트는 예술가로 인정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타투이스트도 결국 불법이라는 족쇄에 묶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소문난 타투이스트들은 러브콜을 받고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불법은 불법이되, 폭발하는 수요는 막을 길이 없으니 말도 안되는 타투이스트만 우후죽순 양산되고 있다. 이렇다 할 교육 시스템이나, 자격 제도도 없으니 그야말로 타투숍만 차리면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이다.

실력도 없고, 위생 관리도 못하는 타투이스트는 종종 문제를 일으키지만, 시술 자체가 불법이기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취재차 만난 타투이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뜨내기 타투이스트가 작업 사진을 포토샵으로 잘 편집해 SNS로 홍보하면 소비자들은 사진만 믿고 찾아갔다가 잘못된 시술을 받아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SNS에는 타투이스트들의 활발한 홍보 활동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을 보호하려면 타투이스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데, 타투 시술 자체가 불법인데 불법을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단속이라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손을 놓고 있는 듯 보인다.

있으나 마나한 규제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법 시술에 노출되고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타투 시술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해외처럼 교육을 통해 타투이스트 자격을 부여하거나, 간호사 등 의료 지식이 상당한 보건 및 간호계만 시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타투 시술에 대한 합법화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도안은 타투이스트가, 시술은 전문의 또는 간호사 등이 진행하는 협업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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