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⑫

[컨슈머치 = 송수연 김은주 전향미 기자] 일본을 포함해 유일하게 타투(Tattoo·문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타투 문화와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시류에 맞지 않아 타투 산업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패션타투협회(회장 임보란)는 타투 산업을 가로막는 법적 장애물을 허물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협회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타투이스트(Tattooist. 타투이스트)를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컨슈머치>는 한국패션타투협회 임보란 회장과 함께 타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패션타투협회장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장 임보란

Q.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패션타투협회를 소개해주세요.

2015년 설립된 한국패션타투협회는 2년여에 걸친 노력으로 2017년 국내 타투이스트 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특별시로부터 비영리 단체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협회는 타투 관련 정보 제공 및 교육, 국내 타투이스트의 해외 활동 지원, 그리고 전문 위생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타투이스트 법제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요즘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변화가 시작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요?

인터넷과 케이블TV 등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대중 매체를 통해 타투를 한 유명인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류를 이끄는 K-POP 가수와 영화배우를 비롯한 연예인부터 축구·야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의 선수까지 타투를 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이렇듯 파급력이 큰 대중 매체에서 타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대중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Q. 타투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라던데, 타투업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단순히 타투를 받는 사람을 100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시장규모는 최소 2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타투이스트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전문서비스 업종입니다.

타투이스트는 크든 작든 점포를 운영하면서 인력을 고용하거나 다양한 재료와 장비를 사용하기도 하고 일부 수출하는 품목도 있기 때문에 직·간접 규모로는 국내에서만 5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출처=한국패션타투협회

Q. 일부 타투이스트들이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재 우리나라 타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세계 곳곳에 실력있는 타투이스트가 많겠지만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의 수준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많고, 미용 타투로 한정하자면 가히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Q.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타투 시술이 불법인데, 타투이스트 입장에서 타투하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타투가 불법인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같은 지역은 도로변에 타투 숍들이 단속 없이 성업 중입니다.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와이나 괌, 캐나다, 호주도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을 선호합니다. 멀리 노르웨이에서나 바다를 낀 휴양도시, 유흥이 있는 곳에서는 타투 숍들이 예외 없이 성업 중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타투이스트들은 어딜 가도 한국보다는 낫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Q. 규제가 심한 탓일까요. 해외와 다른 국내 타투 시장의 문제점은 뭘까요

다른 국가들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준으로 의료법을 운영하지만 타투 행위를 의료 행위로 간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술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보건·위생상의 심각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타투이스트를 교육하고 점검합니다.

외국은 타투를 인류 문화의 하나로 인정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타투이스트도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당당히 세금을 내며 법적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는 숨어서 영업하며 불법이라는 약점 때문에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심하게는 이를 악용한 공갈 협박에 금전을 갈취 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소수지만 요즘 들어 더욱 그런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는 너무 심각합니다.

당하고도 말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버티다간 경찰에 신고 당하게 되고 저희는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 나라 정부와 경찰은 그들을 공익제보자라고 합니다.

출처=한국패션타투협회

Q. 타투의 양성화·합법화를 위해 협회가 하는 노력은?

가장 큰 걸림돌은 법원의 판결입니다.

정부와 타투이스트가 양성화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한 번 내려진 판결은 뒤집어 지기 쉽지 않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국회가 나서 타투 관련 법안을 제정해주는 것이 산업이 양성화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협회는 회원 400여명의 의견을 모아 현직 타투이스트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고 집단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을 찾아가 타투이스트 관련 입법 발의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고, 발의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위생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타투 시술의 합법화의 기대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타투이스트 양성화는 매년 수백여 건에 달하는 경찰 단속이나 형사 소송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켜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위생 및 관광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타투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Q. 여전히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선을 개선하고자 한 말씀 하신다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억압에서 막 벗어난 사람들이 이른바 ‘일본깡패타투’를 흉내 내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면서 상인과 약자를 괴롭혔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성 세대가 느끼는 타투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에겐 패션입니다. 자기표현이며 개성입니다.

물론, 타투이스트들이 보기에도 흉한 타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협회에서는 타투이스트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직업 전문화 교육도 병행 중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성년자 시술 금지, 위생 교육, 경영 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학습과 정보의 공유 등을 통해서 일부 편견과 부정적 시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의사가 아니면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저희만의 꿈과 열정의 표현일 뿐입니다.

이제 국내에서는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타투 쪽으로 영입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해외에서도 이를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타투이스트 법제화를 통해 깡패타투를 예술타투로, 그리고 이를 대학에서 학문으로 다루고 발전시켜 우리의 타투문화가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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