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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판 레몬법, 한참 멀었다
[기자수첩] 한국판 레몬법, 한참 멀었다
  • 김은주 기자
  • 승인 2019.03.1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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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차는 '레몬'입니까⑦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티셔츠 하나를 사도 문제가 있으면 교환·환불을 받는데,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수천만 원 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지만 불량차를 받아든 소비자가 우리나라에서 교환·환불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피해 소비자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일이 다반사.

오죽 답답하고 억울하면 2억 원짜리 벤츠 자동차를 골프채로 부수는 극단적 선택을 한 소비자도 있었을까.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인 자동차를 사는데 소비자는 왜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가.

심지어 억대 자동차를 사면서도 소비자들은 소위 '뽑기'를 한다고 말한다. 불량없는 좋은 자동차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제 아무리 꼼꼼히 살펴본다고 해도 수만 가지 부품의 집합체인 자동차에 어떤 결함이 있을지 무당이 아닌 이상 가려낼 수 없다.

가려낼 수 없다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불가능했다.

잠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소비자 만큼이나 자신들이 판매한 자동차도 고액이다.

티셔츠 바꿔주듯이 바꿔주다간 손실이 어마어마 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온갖 트집을 잡아 교환·환불은 피하는게 상책일 것이다.

그런데 불량 자동차 문제는 비단 돈 문제가 아니다. 나와 가족의 목숨이 걸린 문제기에 완성차 업체들의 슬쩍 빠져나가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새차를 샀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시동이 꺼지고, 핸들이 잠기고, 불이 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사랑하는 가족이 그 순간 함께하고 있었다면 그 때부터는 돈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골프채 들만 하다. 

미국은 45년 전부터 일찌감치 불량 자동차를 ‘레몬’이라 부르고 법을 만들었다. 흔히 '레몬법'이라고 부른다.

달콤한 오렌지가 정상제품이라면 시큼한 레몬은 불량품으로 비유한 것으로, 레몬을 고른 소비자가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보호법이다. 수리비, 변호사 선임 비용도 레몬을 판 제조사 몫이다.

레몬법을 당연히 제조사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쉽지 않았는데, 올해 1월부터 한국판 레몬법이 시행됐다.

'한국판'이 붙으면 왜 다운그레이드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레몬법은 형편없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 형편없는 법조차 시행이 안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취재한 딜러들은 백발백중 "레몬법이 뭐예요?"라고 했다. 그래서 알려줬다. 레몬법이 뭔지.

그랬더니 하는 말이 "저희 회사 규정 상 무상수리는…" 무상수리부터 들이미는 직원에게서 알 수 있었다. 레몬법이 아직 한참 멀었다.

물론 수리를 받아서 해결될 정도의 결함이라면 그렇게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조사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가끔 하자 있는 제품이라도 너그럽게 구매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레몬법은 신차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차를 파는 사람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참 갈 길이 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레몬법을 보고 있자면 겨우 반 밖에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정말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레몬법을 시행했다면 자발적인 참여와 독려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레몬법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강력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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