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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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하기 귀찮아서 배달의민족을 켰어.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은 배달음식점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어. 그런데 결국 못 시켰어. 배달팁 3,000원이 너무 비싸서 그냥 라면을 꺼냈어”

[컨슈머치 = 송수연 전향미 기자] 배달 어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의 최대 강점은 ‘편함’이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고 간편하게 주문,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 비용으로 3,000원을 내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

배달 서비스를 받으면서 비용은 응당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지 않던 배달료를 내려니 솔직히 아깝다. 

기자의 지인은 배달앱을 굉장히 불편하게 활용한다.

지인은 “배달앱에서 메뉴랑 가격,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직접 매장으로 전화해. 내가 불편 좀 감수하면 수수료, 배달료 신경 안 쓰고 마음 편히 주문할 수 있어"

배달대행서비스가 ‘편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 익숙해져 버린 불편함 '배달료'

어느새 우리는 배달료를 내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프랜차이즈업계를 중심으로 배달료를 받기 시작하더니 원래 받지 않던 동네 치킨집도 배달료를 받는다.

배달료를 처음 받기 시작한 것은 교촌치킨이다. 지난해 5월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받기 시작하자 이제는 치킨업계를 넘어 거의 모든 배달음식에 배달료가 붙는다.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까지 배달비를 받는 음식점은 1만4,000여개로 집계돼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배달비는 평균 2,141원 수준이다.

배달료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자 배달앱도 이에 편승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배달비 메뉴를 따로 추가해 점주 요청에 따라 음식값과 배달비를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소비자는 못마땅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배달료를 따로 지급하면서까지 배달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33.5%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서비스 비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38.7%는 예전 보다 배달료에 많이 무뎌졌다고 응답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소비자 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결과에서도 배달료를 불편하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음이 확인된 데이터가 있었다.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 가운데 41.8%는 ‘무료 배달 음식이 풍부해서’ 이용한다고 응답했고 18.9%가 ‘추가 부담하는 배달료가 비싼 편이라서’라고 말해 배달료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비자는 “배달비는 당연히 음식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며 “배달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면 모를까 바뀐 것도 없이 배달비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소비자 김 모씨는 “언젠가부터 자주 배달 시켜먹던 음식들에 배달료가 1,000원, 2,000원 붙기 시작했다”면서 “명목상 배달 비용이 추가된 것이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음식 가격이 인상된 것이나 다름없다. 은근슬쩍 인상 효과를 누리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 혼자 시키는데 '2만 원'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안 내던 배달료도 내는데 '최저주문금액'은 도대체 무엇인가.

배달앱에서 최소주문금액은 1만5,000원~2만 원선이다. 

특히 1인 가구 소비자는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는 일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배달을 시키려면 혼자서 2인분은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이 는다. 더불어 2인분 이상을 주문해 먹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고, 버리고 하는 일들도 남는다. 

배달료까지 내면서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배달 비용을 지불했다면, 최소주문금액은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천시 연수구의 곽 모씨는 “배달비를 받으면서 최소주문 금액이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배달료를 받지 않을 때는 최소주문금액이 있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달료를 내면 정당하게 1인분도 주문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니냐”면서 “우버이츠는 1인분도 주문된다고 들어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 불편의 끝판왕, 취소와 환불

불편함의 하이라이트는 취소와 환불이다.

편해서 이용하는 배달앱에서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는 과정은 고단하기만 하다.

배달이 오기까지 단계가 많기 때문에 배달앱의 환불 절차는 까다로운 편이다.

주문을 취소하면 가맹점 확인 절차를 거쳐 배달앱 운영 업체의 취소 승인, 카드사 환불 처리, 입금까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음은 포털사이트의 한 소비자의 이야기이다.

“배달앱을 이용했는데 그날따라 주문량이 많아 배달이 안 된다고 하더라. 이미 앱에서 결제를 완료한 상태라 취소하고 환불하기로 했다. 고객센터 통해 환불까지 2~3일 걸릴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여전히 입금이 안되고 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받는 배달앱 '우버이츠'의 취소·환불 정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아이디 jy****를 사용 중인 한 소비자는 우버이츠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배달의민족 등 경쟁사들과 달리 배달비가 합리적인 우버이츠를 애용했다.

그는 늘 사용하던 대로 우버이츠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누르는 순간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결제가 돼 버렸다. 그것도 유로화로 결제됐다.

알고 보니 제멋대로 결제 방법이 바뀐 것이었다.

그가 확인한 결과 우버이츠는 주문과 동시에 레스토랑에서 음식 준비가 시작되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더 황당한 것은 주문한 음식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이디 jy****는 "우버이츠는 환불 불가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웠다”면서 “우버이츠는 실수로 잘못 주문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환불을 받을 수 없다면 주문한 음식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에는 서비스 미흡이라며 환불을 해줬지만 앞으로 우버이츠를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YMCA 측은 “배달음식의 취소·환불 절차의 간소화와 환불시 즉시 입금 받을 수 있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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