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중⑦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유난히 ‘배달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배달하면 떠오르는 짜장면, 치킨, 피자가 최초로 배달 가능한 음식이었을 것이라 흔히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알아보니 1768년 실학자 황석윤의 일기에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마도 냉면이 우리나라 배달 음식 1호인 듯 하다.

1990년대에는 자전거 보급이 확대되면서 냉면 배달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한다. 당시에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냉면 집은 15명의 배달부를 두고 운영했다고 하니 그 전성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1960년대는 미국의 밀 원조로 짜장면과 짬뽕 등이 대중적 음식으로 급부상하기 시작, 냉면 배달은 쇠퇴기를 맞았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250여년을 이어온 배달의 문화를 보면 '배달의 민족'이라는 언어유희가 참 잘 들어맞았다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나라 배달의 역사는 쉴 틈이 없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의 등장은 우리 배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배달의 풍경도 바꿔 놓았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집집마다 붙어 있던 냉장고의 배달 음식점 전단지는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다. 배달 책자도 우리 시야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전화나 인터넷(한정적)으로만 가능했던 음식 주문도 앱에서 할 수 있고 미리 결제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게다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배달앱이 있기 전에는 배달해서 먹는다고 50% 할인을 받는 일은 없었는데 참 놀라운 변화다. 과거에는 단지 간혹 중국집이나 치킨집에서 주는 스티커를 모아 치킨 1마리, 군만두 서비스나 받았던 것이 전부다.

이제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배달앱은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방문 고객이 대부분이었던 음식점에 배달 고객이 늘어나 그만큼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도, 사업주도 ‘득(得)’만큼 ‘실(失)’도 크다.

소비자와 사업주 간에 이뤄지던 거래에 배달앱이 들어오면서 주문은 쉬워졌지만 환불이나 주문취소는 더 어려워졌다. 환불을 받더라도 환불 금액을 정산받기까지 며칠이 소요되기도 한다.

유통단계가 늘어나다보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져 소비자에게 그 만큼의 비용이 전가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앱 주문 시에는 서비스로 나가는 콜라를 뺀다든지, 혹은 음식 양을 줄이는 꼼수 말이다.

요즘에는 배달지역 및 거리에 따라 배달 팁도 받는 곳이 많아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사업주 입장에서는 배달 팁마저 없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매출이 늘지 않았냐고 사업주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앱 주문이 꺼려진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매출이 늘긴 했는데 수익에는 변화가 없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거다. 배달 앱에게 줘야 할 돈들 때문이다. 잘 알고 있듯 광고비나 수수료 같은 것들 말이다.

일부 이런 생리를 이해하는 소비자들은 여러 불편과 혜택을 감내하고 기존 방식대로 주문하는 배려도 한다고 하는데 어쩐지 이런 이면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왜인지, 배달앱이 열어준 세상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배달앱 자체가 우리가 환영할 만한 배달의 미래가 맞는지 의문이다. 소비자와 사업주 사이에 배달앱이 차지한 위치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사업주에게 받는 수수료로 소비자에게 생색은 배달앱이 내고, 사업주에게는 홍보를 해줬다고 큰소리를 뻥뻥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굳이 내가 받는 혜택만 집중할 뿐 누군가의 손해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누군가의 손해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사업주는 같은 가격으로 음식을 팔면서 유통단계가 하나 늘어나니 비용 추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소비자들은 음식값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그러니 사업주의 손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배달앱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 편리하고 당장은 혜택도 많다.

그런데 부정적인 부분을 외면하면 안된다. 배달앱의 이러한 구조가 앞으로 계속된면서 생길 문제들은 곧 소비자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배달앱 업계에서 사업주들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예컨데 배달의민족이 입찰형 광고 슈퍼리스트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저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업주, 소비자, 배달앱 모두가 웃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이 배달 업계가 한 번쯤 뒤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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