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중④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오는 4월 말일부터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경매식 입찰 광고를 폐지한다.

배달의민족의 경매식 입찰 광고인 슈퍼리스트는 앱 내 최상단 광고를 입찰하는 방식으로 경쟁시켜 낙찰자와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행정동별로 최고 낙찰가를 제시한 3명의 자영업자에게 앱 내 최상단에 가게를 노출할 기회를 한 달 단위로 부여하는 것인데, 문제는 비용이 너무 과하다는 점이다.

한 점주가 공개한 모 지역 낙찰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매출 1,140만 원 지역의 1위 낙찰가는 15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행정동 3개동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다. 이는 슈퍼리스트도 3곳을 등록하려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앞선 자료에 빗대어 봤을 때, 행정동 3곳에 슈퍼리스트 등록을 위해서는 최소 450만 원이라는 금액이 든다.

이 금액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생각하는 금액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배달업체 이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영업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배달앱 광고 서비스 비용은 월 평균 20만 원이다.

하지만 같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배달앱 서비스 월 평균 비용은 40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를 배달앱 서비스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자영업자는 41.3% 달했으며, 배달앱의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도 ‘과다한 광고비’를 꼽은 자영업자가 76.3%로 나타나 배달앱 광고비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자영업자의 광고비용 부담이 과중해지자 외식업계 및 소비자단체들이 경매식 입찰 광고인 슈퍼리스트를 지적했고, 결국 배달의민족 측이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출처=배달의민족사장님사이트
출처=배달의민족사장님사이트

■ 자영업자 "힘든 건 매한가지"

배달의민족은 오는 4월 30일 슈퍼리스트를 폐지하고 새로운 광고 형태인 ‘오픈리스트’를 5월 1일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배달의민족 측에 따르면 오픈리스트는 자영업자 누구나 6.8%의 수수료를 지급하면 앱 최상단 자리에 광고를 번갈아가며 노출할 수 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오픈리스트로 내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픈리스트의 장점으로 ‘후불제’를 꼽을 수 있다.

슈퍼리스트는 해당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대매출을 바라고 선불로 광고비를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반면, 오픈리스트는 광고를 통해 발생한 주문 건마다 정해진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슈퍼리스트의 불확실성이 오픈리스트엔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오픈리스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이 있으나, “결국 오픈리스트도 똑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자영업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오픈리스트를 도입할 경우 부과하게 될 6.8%의 수수료 때문이다.

출처=배달의민족사장님사이트
출처=배달의민족사장님사이트

앞서 말했듯 오픈리스트는 주문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가져간다. 예컨대 200만 원으로 낙찰 받은 슈퍼리스트를 통해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던 업주라면 오픈리스트의 경우 매출가의 6.8%인 204만 원을 광고비로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과도한 경쟁 탓에 높아져버린 광고비용이 문제가 돼 슈퍼리스트를 없앴으나, 자칫 더 큰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오픈리스트의 광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리스트의 경우 슈퍼리스트처럼 3개의 광고를 고정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아닌 신청한 모든 업체의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10개 업체가 신청하면 10개의 광고가, 100개 업체가 신청하면 100개의 광고가 기존 슈퍼리스트 자리에서 번갈아 노출된다.

이는 오픈리스트를 신청하는 업체가 많아질수록 광고 효과는 떨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청한 모든 자영업자들은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광고효과는 얻을 수 없는 셈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경무 실행위원은 배달의민족 슈퍼리스트 폐지를 두고 “결국 배달의민족만 좋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슈퍼리스트만큼의 광고 효과가 오픈리스트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많은 업주들이 정액제 상품인 울트라콜에 슈퍼리스트에 쓰려고 했던 광고비를 쓰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배달의민족의 고정수입비용만 증가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오픈리스트가 자리 잡은 후 배달의민족 측에서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 역시 존재하는 만큼 배달의민족 측 주장처럼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받아들여서 내놓은 제도는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슈퍼리스트를 통해 매출 상승효과를 경험했던 업주들 사이에서 오픈리스트의 광고효과나 추후 수수료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오픈리스트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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