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써 봤어?①

출처=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서울시청 홈페이지.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시범운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제로페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벌써 5개월이 넘었다. 곧 반년을 맞이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야심차게 도입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는 서울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인천, 부산, 경상남도 및 전라남도 등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제로페이 운영 지자체 모두 사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좋은 정책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 ‘상생’ 의도는 좋았다

제로페이는 연매출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다.

급격한 최저임금을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제로페이를 마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 사업체 10곳 중 9곳인 66만 개가 소상공인 업체로 카드 가맹업체 90% 이상이 연매출 8억 원 이하인 영세업체다.

때문에 거의 모든 영세 자영업자가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연매출 8억 원 초과 12억 원 미만 소상공인은 0.3%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연매출 12억 원 초과 소상공인은 0.5%가 부과된다.

연매출과 상관없이 모든 소상공인 가맹점은 평균 1% 수준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본다.

지난해 1월 29일 기준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가맹점은 0.8~1.4%, 8억~12억 원 이하 가맹점은 1.4~1.6%, 12억 원 이상 가맹점은 1.6%의 결제 수수료를 감당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 이용률은 제로에 가깝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제로페이로 결제된 금액은 불과 5억3,000만 원으로 올해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카드) 월 결제금액 58조 원의 0.0009%에 불과했다.

또한 4만6,628개의 업체에 정식 등록을 하게 됐지만 가맹점 거래 실적은 점포당 0.19건에 불과했다.

출처=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서울시청 홈페이지.

■ 출발부터 삐끗

‘상생’과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제로페이의 패인은 무엇일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없고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수가 적은 것도 문제로 꼽히지만 사업 초기 굵직한 사업자와 함께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앞두고 18개 은행과 네이버, 페이코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서비스 시행을 알렸다.

그러나 당초 참여를 하겠다고 밝힌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가 최종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제로페이에서 발을 뺐다.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의 불참 선언은 여론의 우려로 이어졌다. 시범 사업이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다는 시선과 함께 흥행 여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어떤 플랫폼보다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사업자로, 해당 사업에 참여만 하면 제로페이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당시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사업구조와 진행 중인 사업들로 인해 현재로서는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제로페이 시범 시행에 따라 ‘QR코드 표준’을 확정했는데 카카오페이가 이미 보급한 QR코드 결제 체계와 호환되지 않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월 제로페이 본 사업에 카카오페이가 합류하면서 제로페이 이용률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KT와 11번가 같은 대형 사업자들도 본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행정적 문제로 합류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세금낭비, 관치페이 비판론

카카오페이 등 대형 사업자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제로페이 사용률을 제고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제로페이 론칭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이슈들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로페이를 활성화 대책으로 신용카드 결제 시 받을 수 있었던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샀다.

‘세금 낭비’ 정책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언주 의원(무소속)은 바른미래당 소속 시절 제로페이 시범사업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되는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왜 혈세로 민간기업이 할 역할을 정부가 하겠다고 나서냐”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와 금융기관 업무보고서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간 영역에 정부가 개입해 제로페이를 하고 있는데 총 94억 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12월부터 3월 13일까지 7만 건, 총 13억 원이 결제돼 예산 낭비는 물론, 사업자의 기회를 정부가 뺏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는 제로페이에 추경예산 30억 원을 사용했고 이후 홍보를 위한 서포터즈 운영비로만 29억 원의 추가 예산을 잡았다. 연간 운영비는 30억 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로페이에 들어가는 세금은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가 관치페이라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태규 의원은 “제로페이가 관치페이라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다”며 “올해 1월 이용실적 전체 결제건수가 1만9,000건으로 소비자와 시장이 외면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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