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의 일반인 구입 제한 규제가 지난 3월 26일부로 풀렸다.

LPG는 휘발유과 경유 등 기존 내연기관용 연료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최근 고유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작 완성차 업체들은 LPG차량 출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LPG엔진을 탑재한 레저용차량(RV)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는 RV를 선호한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시장 총 판매량은 154만5604대로 이중 RV계열은 65만3359만 대다. 무려 42.27%에 달한다. 전체 판매량 중 상용차량 16만5399대를 제외할 경우 RV계열의 점유율은 47.33%로 늘어나 전체 판매량 절반에 근접한다.

전체 판매량뿐만 아니라 단일차종 판매량만 봐도 한국 소비자들이 RV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9만9143대가 팔린 ‘싼타페 TM’이다.

그러나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LPG RV는 르노삼성차가 지난 10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더뉴 QM6 LPe’ 하나가 끝이다.

결국 QM6 외에 다른 LPG RV를 원하는 소비자는 일반 차량을 구입한 뒤 사비를 들여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일각에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사실 현대‧기아차는 과거 LPG 엔진을 탑재한 RV를 출시했던 적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09년 현대‧기아차는 싼타페와 쏘렌토의 LPG모델을 각각 138대, 797대씩 생산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LPG엔진을 탑재한 RV 모델은 생산되지 않았다. 기대 이하의 판매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09년 싼타페 전체 판매량은 5만8324대였으나, 이중 LPG차의 비중은 0.23%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쏘렌토 역시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 중 LPG차의 비중은 2.02%에 불과했다.

이같이 과거에 실패를 겪은 바 있는 현대‧기아차가 RV LPG차량의 출시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현행법이 개정되면서 일반인도 LPG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가 실패를 맛봤던 2009년에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만이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게끔.규제가 퓰린 현재와는 시장 규모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LPG차 등록대수는 2018년 말 205만여대에서 오는 2030년 282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또 최근 소비자들은 LPG차량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르노삼성차의 판매실적을 통해 알 수 있다.

르노삼성차의 SUV인 SM6의 지난 4월 판매량 중 LPG 모델 비중은 63.6%로 전월 29.5%보다 34.1%p 올랐다.

세단 모델인 SM7의 경우 총 60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92% 증가한 판매량이다. 주목할 점은 SM7의 경우 LPG 비중이 98%에 달한다. LPG 모델 판매증가가 전체 판매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LPG차량의 판매 비중의 증가 원인 또한 업계는 LPG차 일반인 구매 제한 규제가 폐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그렇다면 조만간 현대‧기아차의 LPG엔진이 탑재된 RV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아쉽지만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는 SP2라는 개발명으로 불릴 당시에는 LPG엔진의 탑재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휘발유와 경유 엔진만 탑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이는 LPG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언론에 따르면 기아차 고위 관계자가 “셀토스에 LPG엔진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소에 전달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한 만큼, LPG엔진 탑재 RV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까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