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비탈길에서 자꾸 멈추는 차량에 대해 환급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소비자의 주행습관 탓으로 돌렸다. 

A씨는 2027만6000원에 해당 차량을 구입했다.

운행중 비탈길에서 정차 후 출발되지 않는 증상이 발생해 판매 딜러를 통해 ECU 업그레이드 받았다.

그러나 동일 장소에서 증상이 다시 발생했고, 비탈길·주차장 출구 등에서 수차례 차량이 멈춰 안전상 위험을 겪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업자에게 구입가 환급을 요구했다.

증상 확인을 위해,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시 연수구에서 문제 차량의 시험 주행이 이뤄졌다.

A씨가 주행할 때는 비탈길 정차 후 등판 불가했으나 사업자는 같은 조건에서 등판에 성공했으며, 사업자는 A씨의 주행습관으로 인해 등판이 불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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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은 A씨의 자동차는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한 수준의 하자가 있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자동차 사용설명서 상 최대 등판능력은 28%(15.6도)이고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내 도로의 최대경사각은 17%(9.6도)까지 허용되고 있다.

A씨의 자동차가 사용설명서와 같은 수준의 등판능력을 갖췄다면 국내 도로 주행 중에는 등판이 불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비탈길·주차장 정차 후 다시 가속할 때 등판이 불가했다고 주장하고,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담당자가 참석한 시험 주행 상황에서도 통상적인 비탈길에서 정차 후 등판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사업자에게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 시행세칙」에 따른 등판능력 측정 시험성적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회신이 없어 국내법에 따른 등판능력을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자인 대리점 대표 또한 이 자동차의 사용설명서 상의 등판능력과 실제 등판능력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본사에 통보했으며 A씨와 동일 증상이 발생한 소비자 중 일부에게는 환급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자는 A씨의 주행습관 탓으로 돌리며, 더블 악셀을 이용할 경우 등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A씨의 주행습관이 통상적인 주행방법을 벗어난다거나 자동차의 비탈길 등판이 불가할 정도로 미숙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블 악셀을 이용할 경우에만 등판이 가능하다는 것은 하자로 판단해야 함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운전자에게 더블 악셀을 이용해 운행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안전한 운행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사업자는 자동차의 쿨링시스템 교체를 통해 등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동차의 수리가 용이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자동차의 등판능력 성능 부족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상 이 자동차의 문제점은 원시적인 성능상 하자로 봐야 한다.

쿨링시스템 교체 내지 추가만으로 등판능력이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자동차를 개조하는 것에 해당해 이후 자동차의 안전성이 저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종합해 볼 때, A씨의 자동차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자동차의 정상적이고도 안전한 운행이라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A씨는 사업자에게 계약 해제 및 구입대금 환급 요구가 가능하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은 A씨가 약 27개월 운행하며 이익을 얻은 점과 상호 양보를 통한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조정의 취지를 고려했다.

자동차 내용연수와 운행기간 등을 포함해 보상금액은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2173만6660원(부대비용 포함 취득원가) × 1/96(자동차 내용연수 96개월) × 69개월{96개월 - 27개월(차량 운행기간)}, 1000원 미만은 버림]=1562만3000원

위원회는 사업자가 A씨에게 1562만3000원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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