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어려워 자동차를 운행하는 소비자들은 잠재적인 공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의 일반 판매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내 자동체 제조사들이 조속히 EDR 분석기 일반 판매, EDR 데이터 고도화(저장시간 증가, 브레이크 작동압력 정보추가 등), 가속제압장치(ASS) 등을 도입해 급발진 사고 예방 및 원인 규명 다양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례는 총 316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자동차, 운전, 급발진, 가속(출처=pixabay)
자동차, 운전, 급발진, 가속(출처=pixabay)

‘자동차 급발진(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 SUA)’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이다. 해당 결함이 발생하면 RPM이 급격히 상승하며 차량이 돌진한다. 

급발진은 정지상태나 저속상태, 정속 주행상태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대개 제동장치의 작동 불능을 수반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자동차 사고 데이터는 전자제어장치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거쳐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에 최종 저장된다.

EDR에는 충돌 전의 차량 속도, 충돌정보, 에어백의 전개정보 등 15개의 항목이 저장된다. 

하지만 EDR 자료는 국내 차량 제조사만 볼 수 있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급발진에 대한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원인을 규명해 줄 EDR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 결합되면서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다.

원인과 예방책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사고가 벌어지면 입증을 위해 EDR 자료도 활용할 수 없어 소비자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EDR 분석기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제조사에 강제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내놓으면 90일 안에 EDR 분석기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제조사에 강제한다. 일반 소비자, 보험사, 사고분석기관, 병원 등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테슬라, 토요타는 기존 EDR 외에 추가 장치를 설치해 주행과 사고 기록을 저장하고 필요시 운전자에게 제공까지 한다.

국내에는 EDR 분석장치 판매에 대한 규정이 없고, 제조사들은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더불어 국내 차량은 사고가 나도 EDR에 저장되는 시간이 충돌 전 단 5초다. 반면 미국 포드사는 25초다.

이마저도 현대·기아차는 정보를 0.5초에 한 번씩 기록하지만, 해외 업체 상당수는 0.1~0.2초에 한 번씩 정보를 저장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모든 차량의 사고 기록 저장시간을 20초 이상으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급발진 의심 현상 건수 중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원인 등 다양한 사례가 포함됐을 것"이라며 "EDR 일반 판매 등을 통해 원인 규명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차량 제조사 말고는 EDR을 분석해줄 곳이 없다"면서 "급발진 사고의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져야 하는 상황에서 필수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억울한 운전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면서 "제조사의 EDR 분석기 일반 판매, EDR의 사고 기록 저장시간 증가, 조향각 정보추가 등 EDR 데이터의 고도화 등을 통해 예방과 원인 규명 방법을 다양해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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