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숙박 관련 국제거래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상담 접수가 많은 글로벌 숙박 플랫폼 5곳을 조사했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접수된 숙박 관련 국제거래 소비자상담은 9093건으로 불만 이유는 ‘취소‧환불 지연 및 거부(5814건, 63.9%)’가 가장 많았다.

특히 전체 상담 건 중 글로벌 숙박 플랫폼 관련 불만이 64.3%(5844건)를 차지했는데, 그중에서도 조사대상인 소비자불만 다발 상위 5개 업체 관련 상담 비율은 96.7%(5649건)나 됐다.

■트립닷컴 '유일' 첫 페이지 최종결제금액 표시

판매가격 표시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5개 업체 중 4개 업체는 예약 첫 페이지에 세금·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만 표시하거나, 추가 요금 또는 최종 결제 금액을 작은 글씨로 함께 적는 방식으로 가격을 표시했고, 트립닷컴만 첫 페이지부터 최종 결제 금액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고 있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아고다는 첫 페이지에 세금·수수료를 제외한 일부 금액만 표시했고, 부킹닷컴은 상품에 따라 추가 요금을 제외한 금액을 표시하고 아래에 ‘세금·기타 요금’을 작은 글씨로 병기한 경우가 있었다. 호텔스닷컴/익스피디아는 세금·수수료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을 크게 표시하고, 아래에 최종 결제 금액을 작은 글씨로 병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간 글로벌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500명에게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57.2%(286명)가 최초 표시 가격보다 최종 결제단계에서 더 큰 금액이 청구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처음부터 최종 결제 가격을 알기 쉽게 표시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는 세금·수수료 등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할인된 가격으로 오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이른바 ‘눈속임 상술’인 다크패턴(Dark Pattern)으로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첫 페이지에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최종 금액을 표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액만 표시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다크패턴(순차공개 가격책정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행, 해외여행, 숙소, 예약(출처=pixabay)
여행, 해외여행, 숙소, 예약(출처=pixabay)

■자연재해, 천재지변 시 환급 거부…개선 필요

예약 취소 및 변경과 관련한 거래조건을 살펴본 결과, 5개 사업자 모두 숙박업소가 정한 조건을 우선 적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숙박업소는 거래조건에 예약 취소 시 환불 불가라고 명시하고 있어,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취소 시점이나 숙박 이용일로부터 남은 기간과 관계없이 환급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계약 내용이 적힌 예약 확인서 등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조사대상 사업자들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데, 자연재해 등으로 숙박업소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때도 환급을 거부하는 근거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천재지변으로 소비자의 숙박지역 이동 또는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해 숙박 당일에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대금을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불가항력의 사유로 숙박이 불가한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대금을 환급하도록 거래조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소비자원은 숙박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예약 첫 페이지부터 최종 결제 금액 확인이 가능하도록 판매가격 표시 개선, ▲「전자상거래법」, 「약관법」등 국내법의 소비자보호 규정을 반영해 거래조건 개선, ▲소비자불만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분쟁 처리 권한이 있는 국내 지점 등의 설립을 권고할 예정이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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