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게임을 산다는 것은 내 손에 쥐어지는 패키지와 실물 디스크(CD)를 소유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게임 시장이 디지털 다운로드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게임의 소유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게임 업체들은 이용 약관을 통해 디지털 게임 구매가 콘텐츠 자체의 소유권 취득이 아닌 이용 라이선스 부여를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나 개발사가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콘텐츠 이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돈을 내고 구매한 게임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라이선스 계약에 삭제되는 콘텐츠
'소니'의 일방적인 디지털 콘텐츠 삭제 행보는 이미 수차례 거센 논란을 불렀다.
2022년 8월에는 라이선스 문제를 이유로 독일에서 314편, 오스트리아에서 137편의 영상 콘텐츠를 삭제했다. 2023년 12월에는 디스커버리 TV 프로그램 1300여 개 시즌의 삭제를 통보했고, 지난 6월 말에는 스튜디오카날과의 계약을 이유로 영화·TV 프로그램 551편을 별도 환불이나 보상 없이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디지털 마켓에서 구매한 재화라도 플랫폼사의 계약 사정에 따라 언제든 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반면 일부 게임 플랫폼은 구매자의 지속적인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 플랫폼 '스팀'은 신규 판매가 중단된 게임도 기존 구매자가 라이브러리에서 다시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플랫폼의 한계로 불이익을 받을 위기에 처한 이용자를 개발사가 직접 구제한 사례도 있다. CD 프로젝트 레드(CDPR)는 지난 9월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리마스터'를 GOG,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플레이스테이션 5 등 소유자에게 무상 업그레이드로 제공했다. 당시 기술 지원 종료 문제 등으로 공식 무상 업그레이드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EA 앱(구 오리진) 구매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CDPR은 주문 번호를 인증한 이용자들에게 스팀이나 GOG용 대체 코드를 무상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해외는 제도 정비 움직임…국내는 분쟁 조정 등에 의존
디지털 콘텐츠 구매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5년부터 디지털 상품의 소유권을 오인하게 하는 광고를 규제하는 법률(AB 2426)이 시행됐다. 이 법은 디지털 마켓플레이스가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단순히 ‘구매’나 ‘소유’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법안 시행에 따라 스팀은 결제 단계에 '디지털 제품 구매는 스팀에서 해당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는 문구와 약관 링크를 추가했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도 움직임이 나왔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이달 15일 뉴욕주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은 소비자가 구매한 게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관련 규정을 마련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기능이 있는 게임은 서버 종료 전에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게임 구매자가 서비스 종료 후에도 게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별도 법령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법상 환불 규정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 한국소비자원의 분쟁 조정 등 기존 소비자 보호 제도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