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펴는 모습이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전자책이나 게임, 영화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 소비자는 이를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구매'나 '소장'이라는 표현과 달리 실제로는 콘텐츠 자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이용 권한'만 부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이용 환경이 달라지면 구매한 콘텐츠를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할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과거 전자책 서비스가 종료될 때 기존 구매자의 콘텐츠 이용 가능 여부는 사업자마다 상이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3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서비스를 종료한 KT 올레E북은 기존 콘텐츠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 추진했으나 저작권 문제로 무산됐고, 같은 해 종료한 삼성전자 북스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2020년 서비스를 종료한 반디앤루니스는 알라딘과의 제휴를 통해 기존 구매 콘텐츠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22년 인터파크 전자책 서비스 역시 북큐브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소장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자책, 이북 (출처=PIXABAY)
전자책, 이북 (출처=PIXABAY)

■'구매·소장' 표현…소비자 혼동 부추겨

플랫폼의 표현 방식이 디지털 콘텐츠 이용 권한과 소유권 간 혼선을 부추긴다는 점도 문제다. 

콘텐츠 사업자는 실제로는 콘텐츠를 이용할 권리를 제공하면서도 '구매', '소장', '판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콘텐츠 자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오인할 여지를 주고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 리디, 예스24 등 주요 전자책 판매 페이지를 살펴보면 '대여'와 '소장' 등의 용어로 콘텐츠 이용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소비자로 하여금 '소장' 옵션으로 구입할 경우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콘텐츠를 영구히 소유·열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업자가 거래에 제공하는 이용권의 한계와 '소장'의 정의를 명확히 고지할 의무를 부과해 이용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침 있지만 제재 불가능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이용자 보호지침」은 콘텐츠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구체화해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침 제28조는 콘텐츠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정상적인 이용이 어려운 경우의 피해구제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다운로드 방식의 온라인 콘텐츠를 다시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이용자가 지급한 대금과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권고성 행정규칙에 불과해 법적 강제력이 없다. 즉 사업자가 지침을 어기더라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

문체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피해구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집단분쟁조정 제도를 도입했으며 소송비 지원 등 이용자를 위한 구제 수단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법적 보호 기준 마련 목소리…민법 개정안 발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실효성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지침이 계약 해지나 대금 환급 기준 등은 다루고 있지만 사업자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로 콘텐츠 이용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고 성격의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법률로 명시해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제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이뤄졌다. 민형배 현 전남광주특별시장은 국회의원 재임 당시인 2025년 5월, 디지털 콘텐츠 이용계약과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앞서 같은 해 2월 웹툰 플랫폼 피너툰의 일방적 서비스 종료로 소장용 콘텐츠 이용자들의 열람이 차단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해당 개정안은 지침 수준에 머물던 한계를 넘어 민법에 디지털제품 제공계약에 관한 기본 규정을 신설해 법적 구속력을 갖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실효성 있는 보호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월 소비자원이 네이버, 카카오, 리디 등 주요 웹툰·웹소설 플랫폼 7곳의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플랫폼은 서비스 종료 시 적용되는 구체적인 보상 기준조차 안내하지 않았다. 보상 기준을 안내한 2곳마저 구매 후 1년 이내의 잔여 이용 기간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제한했으며, 3개 플랫폼은 '소장(구매)' 콘텐츠의 정확한 이용 기한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원은 해당 사업자들에게 이용 기한과 서비스 종료 시 보상 기준을 홈페이지와 약관에 명확히 제시할 것을 권고했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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