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한 재생산과 파급력…더 없이 좋은 개봉 시기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벌써 900만이다. 애니메이션의 명가라 할 수 있는 디즈니사의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관객 수 900만 명 이라는 숫자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증가하던 관객 수는 이제 일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겨울왕국의 OST를 듣고, 극 속 캐릭터들의 명대사를 나누며 여운을 달래는 중이다. 

최근 흥행 대박을 이루는 영화가 줄지어 나타나는 추세 속에서 사실 흥행 신기록이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해졌다. 하지만 흥행의 중심에 있는 한국영화도 아니고, 심지어 애니메이션 장르가 900만이라는 숫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겨울왕국의 흥행 요인을 분석해 본다.

▶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빠르게 퍼지는 SNS의 힘

입소문의 힘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 가면 수많은 씨앗호떡집을 만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기다려서라도 먹고야마는 호떡집은 딱 한 곳이다.

개봉 초기 겨울왕국 OST ‘Let it go'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엔딩크래딧을 부른 효린을 비롯해서, 손승연, 에일리 등 실력파 여가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트로트가수 박현빈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해당 영상들이 유투브, 페이스북 등을 타고 이목을 집중시켰다.

   
▲ 겨울왕국 개봉 후 유투브와 SNS를 통해 겨울왕국 OST, 등장인물 관련 게시글 등이 빠르게 전파되며 흥행을 가속화 했다.

또한 한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는 전국에서 수백 개는 만들어졌을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실물로 나타난 올라프 역시 SNS 바람을 타고 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이끌어 내며 겨울왕국 흥행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겨울왕국의 인기에 힘입어 가수, 개그맨 등이 무대 위에서 주인공 엘사 분장을 응용한 것이라든지, 피겨 여제 김연아를 엘사와 합성한 사진 등 소비자들의 재기 발랄한 창작물들이 SNS 상에서 자주 회자됐다.

이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의 주요 타겟층인 아동은 물론 SNS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흥행 속도는 가속화됐다.

▶ 마법처럼 개봉한 겨울왕국의 완벽한 대진표

영화, 음반 등은 발표 또는 개봉하는 시기에 굉장히 민감하다. 가령 대형 가수들이 등장할 때는 경쟁 음반들의 발표일을 조정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영화도 마찬가지로 대작들의 개봉 시기와 겹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겨울왕국은 최적의 개봉시기를 맞췄다. 1월 16일 개봉 당시 2013년 말부터 흥행을 이끌어 온 ‘변호인’이 이미 900만 관객을 넘어섰고, 뒤를 받치던 ‘용의자’가 400만, ‘어바웃타임’도 300만 관객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 겨울왕국은 개봉 당시 이렇다 할 경쟁작 없이 순조롭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다(출처=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최근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겨울왕국보다 한 주 뒤에 개봉해 선전하고 있지만 일일 점유율에서 겨울왕국을 앞지른 것은 며칠 되지 않는다. 흥행에 성패를 좌우하는 개봉 첫 주.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이 순탄한 행보를 보인 겨울왕국의 대진표는 더 없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굵직한 스포츠대회가 열리는 해는 영화 개봉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도 2월 초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 시간이 주로 야간에 치러진 것은 호재였다. 또한 이번 겨울 유독 따뜻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동계올림픽 경기 장면과 겨울 왕국의 배경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지 겨울의 매력에 빠질 수 있지 않았을까.

▶ 한계를 극복한 진화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겨울왕국의 엘사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2012년 겨울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디언즈’의 주인공 ‘잭프로스트’다.

애니메이션계의 ‘어벤저스’라고 부를만한 동심 속의 영웅들이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가디언즈’는 ‘슈렉’, ‘드래곤 길들이기’ 등을 만든 드림웍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관람한 관객에게 동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의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 등으로 수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 잭프로스트의 수려한 외모 또한 엘사 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하지만 개봉 전 사전 유출 사고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 출발한 ‘가디언즈’는 결국 영화시장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겨울을 소재로 한, 비슷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주인공을 가진 이 두 애니메이션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 섬세한 연기와 감동을 극대화 시키는 삽입곡은 겨울왕국 흥행에 가장 큰 원동력이다. 주인공 엘사.

애니메이션의 특성 상 아동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장르이니만큼 그 내용이 뻔할 수밖에 없다. 겨울왕국은 역시 권선징악과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의 구성과 결말을 가졌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는 주인공 엘사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동생 안나의 노력과 마침내 회복하고 성장한 두 자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캐릭터의 생생한 표정과 섬세한 연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Let it go'를 포함해 장면마다 삽입된 겨울왕국 OST는 마치 뮤지컬을 보는 양 몰입도를 높여줬다.

자극적이고, 감정의 극한까지 몰고 가는 영화들 속에서 겨울왕국을 본 소비자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서 옛날이야기 한 편을 들은 것처럼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미키마우스부터 디즈니 영화와 함께 자라 이제 어른이 된 소비자들이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겨울왕국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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