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오빠' 말고, 영양가 높은 '요파'를 만나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빙그레에서 제작한 ‘요파’ 광고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광고는 ‘가장 영양가 없는 오빠는 누구일까?’라는 주제로 다섯 가지 유형의 남자친구를 소개했다. 인기 오락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인 에네스 카야, 줄리안, 로빈, 타일러, 샘이 차례로 광고에 등장한다.

   
▲ 최근 논란을 일으킨 빙그레 요파 광고

문제가 된 부분은 같이 1박2일 여행을 가자는 여자친구 제안에 남자가 선비로 변장해 “어떻게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외박을 할 생각을 하느냐”며, “너가 그러는 건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거다”라고 따끔하게 나무라는 장면이다.

또 여우꼬리까지 흔들며 집에서 라면을 먹고 가라는 여자의 유혹에도 눈치 없이 배가 부르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를 영양가 없는 오빠로 규정해 희화화 했다. 광고는 ‘이제 영양가 없는 오빠 말고 영양가 높은 요파를 만나자’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빙그레 요파 광고가 유투브를 통해 방영되자 곳곳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가톨릭대학교 이광호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섹스 마케팅 요구르트 광고에 대한 사회적 견제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광호 교수는 “빙그레라는 거대 식품기업이 기업의 윤리적·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초등학교 어린아이들까지도 간식으로 사먹는 요구르트 광고에 전형적인 섹스 마케팅 기법을 활용했다”며 “이에 대한 학부모와 교육자들의 사회적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빙그레 요파 광고의 경우 어린이가 주 소비층인 요구르트 광고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 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광고를 시청한 다수의 소비자 역시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소비자 한 모씨(41)는 “기업들이 제품 홍보를 위해 광고에 점점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 것에 대해서는 어는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성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광고라 할지라도 최소한 광고 대상과 제품군을 고려하고 고객의 정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여성이 외국남성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하려는 장면이 한국여성을 비하하는 것 같다는 소비자 의견도 있었다. 이성관계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현재 해당 광고는 공식 유투브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이미 네티즌을 통해 인터넷 상에 광범위하게 퍼진 광고를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블로그 및 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빙그레 측이 신제품 출시 후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고객센터 측으로 몇몇 소비자 항의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논란을 노리거나 의도를 하고 만든 것은 아니며 광고 의도 자체는 젊은 층의 유머코드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이 영상을 노출시킬 타겟으로 20, 30대층 겨냥해 제작한 영상이기 때문에 TV 방영을 한 적이 없고 인터넷 유투브를 통해서만 노출했다”며 “이마저도 11월 29일자로 계약이 종료돼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 때문에 광고를 접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빙그레 측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었던 만큼, 의견을 참고하고 반영해 향후 광고를 제작할 때 조금 더 신중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 보건복지부 피임 캠페인 포스터

한편 지난 5일 보건복지부의 피임약 캠페인 포스터 역시 남녀 간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샀다.

문제의 포스터에는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통해 피임을 여성만이 챙겨야 할 것처럼 표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또한 포스터 속 사진에 남성은 여자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는 반면, 여성은 아무것도 들지 않고 남성의 팔짱을 낀 채 가볍게 걷고 있는 모습을 그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남성에게 모든 짐을 맡기는 여성의 이기적인 모습을 형상화한데다 피임이 마치 여성만의 책임인 것처럼 표현했다는 이유로 수 많은 여성들의 비난 받았다. 남자들 역시 남성이 피임에 무책임하게 그려지고 짐꾼 취급 받는 것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2012년 마몽드는 소녀시대 유리를 기용해 손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탈솔루션'이란 콘셉트로 제작한 광고를 공개해 뭇매를 맞았다.

광고는 새로 나온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던 유리가 '어느 세월에'라고 낙담한 뒤, 이를 포기하고 남자친구를 사귀어 명품가방을 선물 받는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당시 해당광고는 많은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방영이 중지됐다. 또 광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마몽드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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