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업체 회수·폐기 거부" vs 업체관계자 "회유 및 폐기 종용"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온·오프라인이 떠들썩한 가운데 한국소비자원과 업체 간 진실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근 백수오는 갱년기장애 개선ㆍ면역력 강화ㆍ항산화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 여성층에게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백수오 식품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식품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가짜 백수오를 유통시킨 것으로 지목된 새로운 ㈜내츄럴엔도텍(대표이사 김재수)은 즉각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사건 발표 후 반박과 재반박이 빠르게 오갔으며, 김재수 대표는 직접 소비자원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소비자들 “속았다”

‘가짜’ 백수오 파장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백수오 대신 사용됐다는 이엽우피소는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원료기 때문이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외관상 형태는 유사하지만 기원식물과 주요성분 등이 다르다.

이엽우피소는 간독성ㆍ신경 쇠약ㆍ체중감소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식용근거가 없어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 백수오, 이엽우피소 비교 (출처=한국소비자원)

최근 백수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기간이 1년으로 백수오(2~3년)보다 짧고, 가격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천에 거주 중인 직장인 노 씨(33.남)는 “얼마 전 어머니 생신선물로 백수오 제품을 사드렸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난감하다. 소비자원이 발표한 업체 리스트를 찾아 봤는데 내가 구매한 제품은 백수오인지 이엽우피소인지 확인불가로 뜨더라.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그냥 드시지 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면서 홈쇼핑업계도 불똥이 튀었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환불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일단 모두 환불해드리는 쪽으로 해결 중이다. 해외로 출장을 나갔던 임직원들까지 회사로 급히 복귀 할 정도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황을 신중히 예의 주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난감한 심정을 전했다.

▶내츄럴엔토텍 “신뢰성 없어” VS 소비자원 “근거 없는 주장”

22일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31개 업체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독점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가공 전 백수오 원료(원물)를 수거해 시험·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업체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지만 자발적 회수ㆍ폐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시료를 제품제조에 이용하거나,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원료와 바꿔치기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지난 22일 검찰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소비자원의 주장에 대해 내츄럴엔도텍은 강하게 반발했다.

   
▲ 내츄럴엔도텍 공식 입장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공동 검사나 제 3기관 검서를 거부했다"며 "공인된 식약처 검사법을 통해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인 조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지난 13일 성남지원에 조사 결과 공표 금지 가처분과 민사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서둘러 발표했다"고 말했다

23일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츄럴엔도텍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3월 26일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원료를 사법수사단과 수거해 익일 9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인시험기관에 시험을 의뢰했고 소비자원 자체 시험검사를 진행했다"며 "두 시험 결과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모두 검출됐다"고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소비자원이 검사 데이터 공개와 객관적 검증을 거부하고 있다’는 업체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소비자원은 "8일 내츄럴엔도텍과 1차 간담회를 개최해 시험방법, 시험결과를 공개했다"며 "당시 간담회에서 내츄럴엔도택은 이천공장 원료를 자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논란은 올해 1월 식약처의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검사 결과와 3월 소비자원의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것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원 측은 "17일 식약처와 시험방법, 조사결과를 상호 공유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3월 26일 수거한 시료 결과와 1월에 이뤄진 식약처의 결과가 일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츄럴엔도텍 대표 김재수 “원료 폐기하면 이름 빼 준다 했다”…파장 예고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는 한국소비자원 하정철 팀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 헬스케어 신소재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 내츄럴엔도텍, 대표 김재수

김재수 대표는 “식약처는 이번 사건 과정에서도 언론을 통해 2월 검사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의약품 분야의 전문 감독기관이 진행한 명백한 사실 조차도 무시하는 하정철 팀장의 의도가 극히 의심스럽다”고 한국소비자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김대표는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번 시료 확보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공장에 급습해 시료를 밀봉도 하지 않은 채 가져갔기 때문에 과학적 시료로써의 가치를 잃었으며 그 의도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자발적 폐기를 약속한 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한국소비자원 측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한국소비자원 측에서 업체에 폐기를 종용하고 회유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대표는 “면담 과정에서 하 팀장은 ‘원료를 폐기하면 이름을 빼 준다거나, 주석으로 달아 내용을 축소해서 내보내겠다’고 회유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문자로 폐기를 종용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증거 자체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표적 수사에 대한 의심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만약 불순물이 극소량이 들어있었다 해도 왜 자신들만 표적화해 언급한 것 인지 묻고 싶다는 것. 김 대표는 이러한 비상식적 공격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누가 이익이 되는 것인지를 꼭 밝히려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22일 내츄럴엔도텍은 식약처 검사에 다시 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9일 식약처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가짜 백수오’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에 사흘째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2일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가짜 백수오 관련 보도가 나오며 하한가로 직행했으며, 23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이틀 새 시가총액 약 4,600억 원이 증발한 내츄럴엔도택은 24일도 역시 하한가인 53,3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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