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소비 단계서 혼입" 결론…엄마들 불안함 여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LG생활건강 ‘베비언스’ 액상분유에서 벌레 유충이 나와 ‘구더기 분유’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제조·유통단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LG생활건강이 보고한 베비언스에 대해 이물 혼입 원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단계에서 혼입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 자문을 의뢰한 결과, 소비자가 발견한 시점의 유충상태는 알이 부화한지 최대 7일 내의 상태이기 때문에 그와는 한창 동떨어진 제조시점 및 구입시점에 문제가 발생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 소비자 블로그 글 통해 일명 ‘구더기 분유’ 논란 일파만파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인천에 사는 한 소비자가 “지난달 홈쇼핑을 통해 구입한 베비언스 제품(유통기한 2015년 11월 15일)의 뚜껑에서 구더기가 발견됐는데 어느 기관에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할지 도와달라”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해당 소비자는 “방송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 아이에게 일어났다. 워낙 아기 먹는 것에 깔끔함을 추구하다 보니 열탕소독을 하고, 날파리가 생기지 않게 병을 한 번 개봉하면 남기질 않는데도 이런 일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 소비자는 자신의 아이가 해당 제품을 먹은 뒤부터 묽은 변을 보고 구토를 했다고 밝히며, 지난 4일 LG생활건강 측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자 업체 측 관계자가 찾아와 생활용품 또는 50만 원의 금전적 보상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 피해자가 찍은 구더기 사진과 동영상이 아기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육아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뿔난 엄마들 “불안하고 찝찝해” 항의 및 환불 요구 

아이 키우는 가정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단연 식품안전 문제다. 때문에 육아커뮤니티 및 엄마들 모임 카페에는 순식간에 해당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육아커뮤니티 회원 P씨는 “외출 시 무척 편해서 몇 박스나 구입했는데 이런 문제가 터졌다. 하필 문제의 구더기 액상분유와 유통기한까지 같아 찝찝해서 버릴지 말지 고민 중”이라며 “같은 회사에서 나온 베이비워터도 줄곧 아기에게 먹여왔는데 앞으로 다른 회사 제품으로 갈아탈 생각이다”고 말했다.

얼마 전 홈쇼핑을 통해 베비언스 제품을 구매한 J씨는 “구더기 사건 당사자와 같은 유통기한이라 일단 홈쇼핑 측에 전화 걸었더니 이미 항의 전화가 많은지 너무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더라”며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환불이 어렵고 업체 측과 확인 후 7일 이내에 전화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에서 이물질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출하는 한편 “보상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다”라고 업체를 향한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LG생활건강 “제조 공정상 유입은 불가능”…식약처 역시 동일한 결론 내려

LG생활건강 측은 즉각 베이언스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해명글을 올렸다.

   
▲ 베비언스 홈페이지 사과문

LG생활건강 측은 “베비언스 액상분유 생산 공정상의 병과 뚜껑은 고압의 멸균용 세정액과 세척수로 멸균이 되며, 내용액 역시 134도 이상의 온도에서 35초 동안 멸균이 돼 충진이 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벌레나 세균 등 생물은 전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업체는 “각 단계별 공정에서 극히 미세한 거름망(0.14 및 0.173mm; 머리카락 굵기 정도)을 통해 걸러지고 있기 때문에 입자가 큰 물질은 생산 공정상 혼입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상으로 확인 된 유충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문제의 유충은 파리유충(초파리 또는 집파리)으로 추정된다. 또한 알의 예상 시점을 추정해봤을 때 고객 발견시점인 7월 4일의 약 최대 7일 전쯤 부화됐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클레임한 제품은 생산제조일이 5월 15일, 제품을 구입한 일자는 6월 1일로, 제조시점 및 구입시점에서는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고객 방문 이후 바로 당사 스스로 식약처에 7월 6일 오전에 자진신고를 완료했고, 이와 관련해 식약처의 지시 및 당사 자체적으로 유통·제조사를 통해 원인 규명을 위해 철저히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22일 식약처 역시 업체의 주장과 같은 결론을 내리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LG생활건강이 보고한 베비언스에 대해 이물 혼입 원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조·유통단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단계 혼입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

   
▲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자료

식약처는 “제조단계 조사에서 내용물은 원료 배합공정부터 무균 충전공정까지 80~100mesh의 여과망을 통해 7~8차례의 여과공정을 거쳐 이물을 제어하고 있으며, 모두 밀폐된 제조라인을 통해 이송, 제조되므로 외부 오염물질이 혼입될 개연성이 낮고 벌레가 유입된다고 해도 고온 멸균, 균질화 및 여과공정을 거치므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는 “유통단계 조사에서 물류창고 내 3단으로 된 진열대에 판매물품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월 1회 주기적인 방역과 매일 실시하는 위생점검으로 이물혼입이나, 벌레가 생길 개연성은 희박했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은 베비언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물 혼입신고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결과를 공지하고 “언제나 고객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베비언스 액상분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베비언스 액상분유는 완제품 형태로 외출 시 간편하게 수유할 수 있는 편리성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워 2012년 LG생활건강이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이지만 매출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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