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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암살> 먹을 것 있는 소문 난 잔치
[리뷰] 영화 <암살> 먹을 것 있는 소문 난 잔치
  • 김은주 기자
  • 승인 2015.08.11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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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천만까지 간다 만다 이야기가 무성하다. 영화 <암살>의 이야기다. 요즘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느냐 마느냐가 영화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개봉 20일 만에 누적관객수 800만을 돌파한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반전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무런 정보없이 보는 것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영화가 다 그러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렇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을 조금 억누를 필요가 있다. 포털사이트에 출연진/극중 역할조차 검색하지 말고 극장을 찾기를 권해본다. 자칫 원치 않던 ‘스포일러’ 지뢰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 리뷰의 인터넷 창도 당장 끄는 것이 좋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있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타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거기에 하정우, 전지현, 이정재, 조승우, 조진웅, 김해숙, 오달수, 이경영, 최덕문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특급 배우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초호화 캐스팅이 이뤄졌다.

감독부터 출연진까지 애초부터 엄청난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밖에 없는 ‘뻔한’ 조합이었다. 그럼에도 다들 ‘혹시’ 하는 1% 의구심은 남겨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뼈저리게 경험한 일례가 꽤 빈번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암살>은 먹을 것이 풍족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일각에선 진부하다, 뻔하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진부함이라면 환영이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이 2006년 타짜 개봉 당시부터 구상하고 있던 작품으로, 이름조차 없는 독립군의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그 시작이 됐다. 영화는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깟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

"그래도 알려줘야지. 우리는 끝까지 싸우고 있다고"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을 처단하기 위해 독립 운동가 김구(‘김홍파’분)와 김원봉(‘조승우’ 분)을 필두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은밀히 암살작전을 도모한다.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 분)이 마치 어벤져스 멤버를 소집하는 닉 퓨리처럼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추상옥(‘조진웅’ 분),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분)를 불러 모아 작전을 지시한다. 여기에 돈만 주면 누구든지 죽이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이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암살단의 뒤를 쫓는다.

이처럼 영화의 소재와 시대적 배경상 <암살>은 애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타 몇몇 노골적인 영화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장 우려했던 점이고, 영화를 보고 나온 후 가장 만족했던 점이다. 암살은 담백한 오락영화다. 139분의 영화가 길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다시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심어둔 덕에 유려하게 극이 흘러간다.

1933년,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다

화려한 출연진은 영화 전반적으로는 분명히 득이지만 배우들 각각에겐 독이 될 수 있다. 맡은 역할이 자칫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살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 주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분량 안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주인공들이었다.

 

이처럼 영화 속 작은 역할마저 입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던 데에는 물론 배우들 개개인의 역량도 컸지만, 캐릭터마다 세세하게 애정을 쏟은 흔적이 엿보이는 최동훈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매력적으로 그려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주는 감독이기에 배우들도 영화 출연을 결심하고 아무 걱정 없이 제 기량을 뽐내며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터다. 결과적으로 최감독은 역시나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앞으로 최감독의 영화에는 더 어마어마한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해질 듯 하다.

암살은 독립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 개개인의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으며 모든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그 중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위해 대놓고 노리고 만들어졌구나 싶을 만큼 멋진 캐릭터다. 유쾌한 모습 뒤에 아픈 사연을 가진 하와이 피스톨은 하정우가 연기해서 더욱 돋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 하정우의 여성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을 정도.

전작 <군도>에서 비주얼의 저점을 찍었던 하정우가 이번 영화에서 잘생긴 얼굴의 명예회복을 이뤄냈다는 것도 반가운 부분이다. 낭만의 사나이 하와이 피스톨은 시종일관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만들며 환기시켜 준다. 활동명이 하와이 피스톨이지만 하와이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설정부터 왠지 모르게 유쾌하다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 위), 염석진(이정재 분, 아래)

염석진(‘이정재’ 분)은 복잡한 인물이다. 그리고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속 김구는 염석진에게 “자네는 타고난 레지스탕스야, 어떤 때는 선비 같고 어떤 때는 깡패 같고”라는 말을 한다. 이 대사 한 마디가 복잡한 염석진 캐릭터을 잘 설명해준다.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분), 역사에 이름은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황덕삼(‘최덕문’ 분), 하와이 피스톨 옆을 지키는 그림자 영감(‘오달수’ 분)의 존재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있었기에 극이 더욱 탄탄해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암살은 여자 캐릭터들의 매력과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다.

초반 안성심(‘진경’ 분)이 단아한 한복을 입고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차갑고 무덤덤한 투로 남편 강인국과 대치하던 장면은 긴긴 광고타임에 지쳐가던 관객들에게 영화 초반부터 순식간에 극의 몰입해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함을 유지하던 아네모네 마담(‘김해숙’ 분)이 마지막 순간 총구를 머리에 겨누고 부들부들 떨던 모습은 그 시절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 역시 날 때 부터 타고난 영웅이 아닌 ‘두려움’을 아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몰입도 높은 연기였다.

안옥윤(‘전지현’ 분). 영화 속 모든 캐릭터가 다 빛났지만 그래도 가장 구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전지현이 맡은 안윤옥이다. 사건은 여기저기 여러 인물들이 일으키지만 감정선의 포커스는 시종일관 안윤옥에게 맞춰져 있다.

▲안옥윤(전지현 분)

독립군 안옥윤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 전지현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긴 머리를 잘랐지만 머리카락이 짧아져도 그녀의 매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엽기적인 그녀>, <별에서 온 그대>로 이어지는 재기 발랄한 역할에 최적화 된 전지현이 <베를린>의 련정희와 <암살> 안윤옥 같은 어딘가 처연하면서도 정적인 역할도 가능하다는 점은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영화 <암살>에는 안윤옥과 미츠코, 전지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극과 극의 역할 두 가지가 혼재 돼 있다. 연기파 배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전공 분야에서 만큼은 전지현의 연기는 최고, 그 이상이다.

액션도 곧잘 해냈다. 가냘픈 몸으로 건물과 건물을 넘나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와이어 액션은 물론 5kg에 달하는 무거운 총을 든 채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 남녀노소 그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을 만큼 멋지고 아름다웠다. 곧은 신념을 가진 백발백중 저격수지만 시력이 나빠 한 쪽 알이 깨진 안경을 걸치고 있는 허당의 면모도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소소한 포인트.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김해숙 등 최 감독의 전작 <도둑들>의 멤버들이 <암살>에도 대거 출연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예니콜’, ‘뽀빠이’, ‘씹던껌’ 등의 잔상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이 영화의 성공적인 점이다.

황정민, 유아인의 <베테랑>과 탐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의 맹공에도 잘 버티고 있는 기특한 <암살>의 흥행 성적표. 이대로라면 8월 15일, 광복절 전후로 1,000만 번째 관객이 드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2015년 7월 22일 개봉. 최동훈 감독.

액션, 드라마. 한국. 13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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