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른 치킨값 인하 요구…치킨업계 "제반비용 감안시 값인하 불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치맥 열풍을 타고 치킨업계는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양계업계는 치킨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치킨가격에도 불구하고 제값 못받는 생닭값 때문에 불황에 빠진 육계산업 및 닭고기 산업을 살리기 위해 치킨외식산업 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호소하고 나섰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치킨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닭고기 생산자들은 조류독감은 물론 FTA에 따른 닭고기 수입과 산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치킨가격은 물가상승률(31%)보다 높은 가격(45%)으로 뛰어올라 1마리당 2만 원 시대를 구가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형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오히려 닭고기 소비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 10년간 물가상승 대비 치킨가격과 닭산지가격 상승비율(출처=대한양계협회)

양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치킨가격과 닭 산지가격 추이를 비교한 결과 10년 전 생닭 가격은 1kg당 1,242원으로 1,500원 수준인 현재와 비슷한 것에 비해, 평균 1만1,000원 수준이던 치킨 가격은 현재 1만6,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2010년 1,912원이었던 1.6kg 생닭 한 마리 가격은 최근 1,588원으로 17% 하락했다. 한 마디로 원자재인 닭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치킨 가격만 크게 오르면서 그 간극이 점차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컨슈머치가 국내 8곳 치킨업체의 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저가 상품 중에서는 호식이두마리치킨 '후라이드치킨' 1만2,000원으로 가장 저렴한 편이었으며, 제너시스BBQ 옛날통닭이 1만4,900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래오래, 교촌치킨 등 나머지 업체는 모두 1만5,000원 선으로 동일했다.

   
▲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8곳의 최저/최고 가격

업체별로 허니, 간장, 핫소스 등 여러 가지 양념을 첨가하고 특정 부위나 순살로만 이뤄진 제품들은 1만7,000원에서 2만1,000원까지 상당히 높은 가격 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계협회는 치킨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게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지역을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후라이드 치킨의 제공량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가격에 비해 후라이드치킨 제공량이 적다’고 응답했다.

치킨가격에 대해 한 네티즌은 “업체들은 닭 값이 오른다 싶으면 바로 치킨 값을 올려버리면서 반대로 닭 값이 내릴때도 치킨 값은 그대로 받는 것이 이상하다”며 “아직도 동네 치킨가게 중에는 가격을 1만 원 이하로 파는 곳이 꽤 있는데 굳이 값비싼 프랜차이즈 치킨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양계협회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현실가격으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주요 업체에 보냈으나 업체로부터 뚜렷한 반응이 없어 더 적극적으로 단체 규탄집회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치킨 가격 중 닭 값의 비중은 20% 정도”라며 “타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종합해 치킨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생닭 가격 하나만 놓고 치킨 가격 전체를 내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업체들은 높아진 가격에 대해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치킨 업계간에 빚어지는 치열한 경쟁(스타 마케팅 등)이 문제”라며 “이것이 회사가 아닌 영세한 가맹점에 전가돼 비용상승을 부추김으로써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려움에 빠진 닭고기 산업을 살리고 치킨외식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가격인하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되 가격인하 과정에서 자칫 영세한 가맹점들에게 전가돼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연중 닭고기 소비 최대 성수기인 지난 삼복기간에도 kg당 1,000원대를 밑도는 가격형성에 원인을 제공한 업계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육계값 발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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