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에 버금가는 아메리카노…'커피에반하다', '빽다방' 등 저가시장 공략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합리적인 가격대의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실속형 커피 전문점들은 함박웃음이다.

흔히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로 불리는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고가의 커피전문점들이 그동안 국내 커피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운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무서운 속도로 점포를 늘리면서 커피업계 지형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커피값 부담스러워요”

식후 커피 한 잔을 마시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끼는 현대인들. 하지만 나날이 오르는 커피 값에 부담감도 적지 않다.

점심 식사 후 꼭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다는 직장인 노 씨(26.여)는 “이제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4,000원이 훌쩍 넘는 곳도 많아 커피값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값어치를 하면 상관없지만 먹어봐도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 국내 7대 커피전문점 소비자만족도 조사 결과(출처=한국소비자원)

실제로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커피전문점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 1위로는 가격적정성에서 최고점을 받은 중저가 커피전문점 이디야커피가 뽑혔다. 최근 커피 가격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오르는 커피값도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아메리카노 가격이 스타벅스는 3,900원에서 4,100원으로 커피빈은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올랐다. 카페베네는 3,800원에서 4,100원으로 300원 증가했다. 이 외에도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할리스커피, 이디야커피 등이 올해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임차료, 인건비, 시설관리,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를 입증 할 만한 근거자료가 부족해 설득력이 없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용량은 up, 가격은 down!

평균 4,000~5,000원대 고가 커피전문점 부흥기 속에 2,000~3,000원대의 저가 커피로 틈새 공략 해 차별화를 꾀한 ‘이디야커피’는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그마저도 비싸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커피 양은 늘고 가격은 더욱 저렴한 1,000원대 초저가 커피 전문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TV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 집밥백선생 등으로 주가를 올리며 전국민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백주부’ 백종원의 활약으로 그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무서운 기세로 점포를 늘리고 있는 ‘빽다방’은 아메리카노 1잔 가격이 1,500~2,000원 수준임에도 용량은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1.5배 가량 크다는 것을 장점으로 SNS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 빽다방은 최근 3~4개월 사이에 매장 수가 3배 이상 늘어나면서 현재는 250여개를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빽다방과 양대산맥을 이룰 만큼 나날이 간판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업체가 또 있다. 바로 생과일주스 브랜드 ‘쥬씨’다.

   
 ▲ 저가 커피 브랜드별 가격표 

1999년 건대 1호점으로 시작해 고려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쥬씨는 고가라는 인식이 강한 생과일주스를 1,500원~3,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대로 판매해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매장 앞에 고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어 그 인기를 실제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 최근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며 4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를 성장하고 있다.

쥬씨는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등 20여종의 100% 생과일주스를 1,500~3,800원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00~1,500원에 파는 등 5종의 커피 역시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MPK그룹의 커피&머핀 전문점 마노핀은 초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마노핀익스프레스을 통해 1,500원대 저렴한 커피를 판매해 주목을 끌었다.

최근 부산과 대전에 매장을 잇따라 개점하며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는 마노핀은 지방 출점과 함께 수도권에서는 지하철 역사를 벗어난 소규모 매장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 외에도 단 돈 900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고다방’과 1,500원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는 '커피에 반하다', ‘커피식스’ 등 초저가 커피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전문점 외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저가 커피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올해 1월 '아다지오'라는 커피 브랜드를 론칭한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보유하고 있는 전국 3200여 매장을 밑바탕으로 커피 시장에 손쉽게 파고 들었다.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의 맥카페는 올초 커피 가격을 전격 인하해 눈길을 끌었다.

맥도날드의 커피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맥카페는 아메리카노를 스몰 사이즈와 미디엄 사이즈로 나누고 기존에 팔던 용량의 미디엄 사이즈 가격은 2,3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렸다. 새로 도입한 스몰 사이즈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맥도날드 측은 판매량이 가격 정책 새 단장 이전 대비 약 3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커피라고 해서 단순히 저렴하다는 것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고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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