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 통해 소비자 관심 유발…지나친 비방으로 소송도 다수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 기업의 광고에 경쟁사를 직·간접적으로 등장시켜 비교하는 광고는 오래전부터 사용된 광고 기법 중 하나다.

비교광고는 주로 업계 1위, 2위의 신경전으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유쾌하게 펼쳐지는 이 대결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제격이다.

경쟁사를 깎아 내리며 자사를 치켜세우는 내용으로 이뤄지는 비교광고를 최근 일명 ‘디스(Disrespect의 준말, 인터넷 용어)광고’로 불리기도 한다.

디스광고는 자칫 도 넘은 비방으로 인해 법정싸움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광고효과가 크기때문에 기업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며 비교광고를 이용하고 있다.

▶맥도날드 VS 버거킹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햄버거 프랜차이즈업체 버거킹이 뉴욕타임스에 편지 형식의 전면 광고를 통해UN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햄버거 전쟁을 잠시 휴전하자’고 맥도날드 측에 제안했다.

   
▲ 맥도날드 디스광고

이 햄버거 전쟁의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버거킹은 업계 1위인 맥도날드를 겨냥해 광고를 제작했다.

맥도날드의 상징인 피에로 캐릭터 ‘로날드’가 버거킹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다. 이후에도 버거킹은 유사한 광고를 선보이며 ‘잠자는 맥도날드의 코털’을 주기적으로 건드려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에 맥도날드도 결국 반격에 나섰다.

한 어린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자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 음식을 빼앗아 먹는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아이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버거킹 포장지에 숨기는 묘책을 생각해 낸다. 그러자 아이는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유머와 저격이 적절히 섞인 성공적인 광고였다.

이 때문에 최근 버거킹의 '휴전 제안' 광고 역시 비교광고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코카콜라 VS 펩시

   
▲ 펩시의 코카콜라 디스광고

콜라전쟁에서도 역시 2인자가 포문을 열었다. 펩시는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코카콜라를 상대로 압도적인 숫자의 비교광고를 제작해 공격에 나서고 있다.

광고에는 코카콜라를 거부하는 빨대를 그리거나, 폭설로 뒤덮인 코카콜라 자판기, 펩시가 마시고 싶어 몰래 코카콜라 캔에 내용물을 옮기는 코카콜라 회사 직원 등의 모습을 담았다.

이 외에도 고된 일과를 마친 펩시 직원과 코카콜라 직원이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나 타사의 음료수를 바꿔 한 모금씩 마셔보기로 하는 순간 코카콜라 직원이 펩시를 들고 도망가는 TV광고 등 코카콜라를 겨냥한 펩시의 비교광고는 수없이 많다.

특히 자판기 맨 꼭대기 칸에 손이 닿지 어린 아이가 코카콜라 두 캔를 뽑아 발로 밟은 뒤 손이 닿지 않던 맨 꼭대기 칸에 펩시 버튼을 눌러 결국 쟁취한다는 광고는 펩시의 비교광고 중 백미다.

▶삼성전자 VS 애플

최근엔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삼성과 애플 비교광고도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유튜브 공식 채널에 갤럭시S6와 아이폰6를 비교한 ‘6>6’ 캠페인 광고를 올렸다.

   
▲ 삼성전자의 애플 아이폰 비교광고

광고는 아이폰6의 제품명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6가 6보다 낫다. 모든 스마트폰이 동일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갤럭시S6 엣지를 광고했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애플의 아이폰을 정조준한 광고를 자주 선보여 왔다. 

지난해 아이폰6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당신이 기다리던 것은 항상 여기 있었다. 단지 당신이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는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폰5S를 사용하는 한 남성이 차기 아이폰은 더 큰 화면으로 출시할 수 있다고 말하자 갤럭시S5를 이용하던 남성이 이를 조롱하며 말한 내용이다.

또 삼성전자는 콘센트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을 그리며 벽붙박이(wall hugger)라고 비꼬았다.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해 배터리를 교환할 수 없는 아이폰의 단점을 강조한 광고였다.

이전의 광고와 달리 해당 광고는 심지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도 ‘공감’을 사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위트도 지나치면 소송간다"

우리나라에서 비교광고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자칫 비방의 선을 넘어 소송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쿠팡의 TV 광고 ‘나는 잘 삽니다’를 ‘그녀는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로 패러디했다.

위메프 모델 김슬기가 쿠팡의 모델 전지현과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해 쿠팡을 연상시키는 욕설 '구팔'을 외치며 “싸게 산 줄 알았는데 완전 글로벌 호구됐어”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쿠팡 대표이사인 김범석 대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범석이도 최저가는 위메프다’라는 문구도 문제가 됐다.

해당 광고로 인해 진행된 위메프와 쿠팡의 소송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LG전자를 겨냥한 유튜브 광고가 발단이 됐다. 

   
▲ 삼성전자의 유투브 광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양사의 냉장고를 눕힌 채 물을 넣어 용량을 비교한 이 광고는 순식간에 2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LG전자는 즉시 ‘냉장고 용량의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실험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물을 부어 측정하는 건 KS공식 측정방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LG전자는 자의적 실험을 정부 규격에 따른 것처럼 광고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광고게재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광고 게재 및 배포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KCC는 ‘지인은 모른다, 홈씨씨인테리어는 안다’라는 광고 카피가 담긴 광고를 내보냈다.

   
▲ KCC TV광고 카피문구 <지인은 모른다, 홈씨씨인테리어는 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 비전문가인 지인(知人)의 조언 보다는 KCC의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인 홈씨씨인테리어를 이용하라는 뜻이다.

카피 속 ‘지인(知人)’이 ‘아는 사람’을 뜻하는 보통명사의 탈을 쓰고 있지만 속내는 라이벌 업체인 LG하우시스의 건자재 브랜드 ‘지인(Z:IN)’을 교묘히 겨냥해 만든 문구가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됐다.

KCC 관계자는 “광고 문구로 사용된 지인은 '아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일 뿐, 경쟁사의 브랜드명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광고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 결정을 내렸고 광고는 곧 중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표현이나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지나친 비방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트있게 풀어낸 비교 광고는 소비자에게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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