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g이하 함유를 0g으로 표시하는 것은 큰 문제…당장 시정해야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필자는 화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아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분자구조식을 접해도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한다.

탄소원자가 주변 원자와 네 방향으로 완벽하게 결합해 더이상 탄소원자에 다른 원자가 붙을 여지가 없이 포화상태이면 포화지방산, 완벽 결합하지 않은데다 탄소 원자끼리 이중결합하고 있으면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하는데 필부필부(匹夫匹婦)로선 이러한 개념까지 알 필요는 없다.

두 지방의 핵심은 포화지방은 상온에서는 고체형태이고 불포화지방은 액체형태로 존재한다는 것, 이것만 명심하면 된다.

쉽게 말해 고체덩어리인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피속에서도 고체로 남아 혈관이 점점 막히게 되지만 불포화지방은 액체이면서 같은 기름성분이다보니 오히려 몸속에 있는 포화지방을 몸밖으로 끌고 나온다는 기능을 한다는 정도는 안다.

우리몸의 지방중 30%는 포화지방으로 이뤄져있으며 포화지방은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게 해주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세포벽이라는 것으로 보호되는데 이 벽은 주로 지방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얘기해 포화지방이 전혀 없으면 세포는 터져서 죽는다.

남자를 남성답게 하고 여자를 여성답게 하는 성호르몬도 지방의 한 종류이며 지방은 에너지 저장창고로의 기능을 수행, 유사시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소모된다.

포화지방이 전혀 없어도 인간의 생존문제와 직결됨은 자명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포화지방률이 30%를 훨씬 넘기는 것도 큰 문제다.

과다 포화지방은 혈관에 침착돼 피의 흐름을 막고 간을 지방덩어리로 만들게 돼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같은 과다 포화지방보다 더 나쁜 녀석이 있다.

포화지방의 단점만 취하고 있고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녀석의 이름은 '트랜스지방'이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포화지방은 체온유지 충격완화 세포벽구성 에너지원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트랜스지방은 그런 기능은 거의 없으면서 포화지방의 단점인 심혈관계 질환만 야기한다.

트랜스지방은 지방의 모양이 변형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방도 고유의 모양이 있는데 이것이 변형되면, 마치 레고 블록이 변형되면 조립시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된다.

식물성 기름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인데 불포화지방은 산소와 만나면 금방 산패하게 되며 액체상태이다보니 저장 및 이동도 용이하지 않다.

여기서 인간은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하면 상온에서도 고체로 변함과 동시에 쉽게 산패하지 않아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한 지방인 트랜스지방을 개발해낸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마가린이다.

트랜스지방이 특히 몸에 좋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지방은 천연지방이 아니어서 몸속에서 분해하려면 다량의 비타민, 미네랄이 소비되며 이 과정에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결국 트랜스지방만 자제해도 무병장수의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트랜스지방은 어디에 많이 들어있을까. 당연히 마가린이나 경화유 쇼트닝을 사용한 제품군에는 예외없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흔히들 거론하는 식품이 케이크, 감자튀김, 햄버거, 팝콘, 피자 등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불포화지방인 식물성기름이라도 고온에서 조리하면 트랜스지방이 형성되며 기름의 사용횟수에 따라 트랜스지방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튀김요리시 기름을 수십차례 이상 재활용하게 되면 거기에서 나온 튀김은 가히 트랜스지방 덩어리라고 불러도 할 말 없을 것 같다.

트랜스지방은 반감기가 50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예컨대 2g을 섭취한후 트랜스지방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면 50일 후에는 다행스럽게도(?) 체내 잔존량은 1g밖에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 1g이 다시 0.5g으로 줄어들게 하려면 50일만 한번 더 기다리면 된다. 2g이 0.5g으로 줄어드는데 100일이 걸렸지만 트랜스 지방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기다리면 된다. 언젠가는 0g이 될 것이므로.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 사람은 알게 모르게 매일 트랜스지방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매일 먹게 되면 몸 안의 잔존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게 함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량이라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도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걸림돌이 있다. 국내 식품등 표시기준에 의하면 100g당 0.2g 이하의 트랜스지방은 허용오차 범위내이므로 0g으로 표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0.2g씩 10회를 섭취하면, 즉 해당음식 1kg을 섭취하면 2g이 되며 여기에 웬만한 햄버거나 튀김 하나만 먹어도 소량은 차치하고라도 세계보건기구 하루 권장 기준치인 2.2g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2g이 반으로 줄어들려면 50일이 걸리는데 제도 때문에 우리는 매일 의식하고 있는 이상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원통할 노릇인가.

허용오차 범위란 핑계로 트랜스지방 함유량 0.2g(이하)을 0g으로 표시케 하는 것은 분명히 시정해야할 것이다.

같은 0.2g이라도 5g의 허용오차로서 49.8g을 허용하는 것과 0.2g을 0g으로 표시하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사실상 독극물에 가까운 트랜스지방이 분명히 0.2g 가까이 들어있는데도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표기하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것이다.

관련 당국은 "미국의 경우 0.5g이하를 0g으로 표시하는 것에 비교하면 오히려 우리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그런 미국이 이제는 트랜스지방을 영구히 추방키로 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최근엔 대만도 미국에 이어 트랜스지방을 추방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자 역시 트랜스지방을 영구히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서는 논점 흐림을 방지하기위해 트랜스지방을 추방하자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필자의 바람은 트랜스지방이 들어있으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확히 표기해서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트랜스지방과 연관있는 식품을 참 많이 즐긴다. 그런데도 0.2g이하는 0g이라고 표기할텐가.

다음은 미국국립의학연구소(IOM)의 공식 의견으로 곱씹어보길 바란다.

“트랜스지방에는 안전 섭취량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먹으면 먹은 만큼 해롭습니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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