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디자인 도용 논란 세차례…국감출석, 공식사과에도 개선없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이랜드그룹의 중소기업 디자인 베끼기 논란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 산하의 여성의류 브랜드 ‘미쏘’, 리빙 브랜드 ‘버터’, 신발 편집숍 ‘폴더’ 등이 중소기업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들을 살펴보면 이랜드그룹과 중소기업간의 분쟁이 다수여서 이랜드그룹은 ‘거대 자본의 횡포’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폴더 머플러, “도용 아니라고?”

지난 2014년 중소 의류업체 레이버데이는 ‘니팅 머플러’를 출시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해당 제품과 매우 흡사한 디자인을 적용한 머플러가 이랜드그룹 ‘폴더’에서 출시됐다.

레이버데이는 해당 제품을 6만8,000원에 판매했는데 유사제품이 이랜드 폴더에서 고작 2만3,900원에 판매되자 소비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이어졌다.

   
▲ 이랜드 폴더 머플러(좌), 레이버데이 머플러(우)

레이버데이 관계자는 “명색이 대기업이 컬러 배색에 대한 고민이나 조금의 창의력도 없이 우리 것으로 그대로 카피했다는 것이 의아할 지경”이라며 “우리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받는 식의 합의는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후 레이버데이 측은 이랜드그룹 법무팀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와 해당 제품의 전량 수거 및 소각, 그리고 더 이상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도용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면서도 “해당업체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후 이랜드 측은 현재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철수시켰다.

레이버데이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 측과 따로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전면 반박하며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당히 지친 상태다. 소송이나 추가 조치를 취할 여유도 없으며 다만 문제가 더 이상 커지길 않길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 중소업체 따라하기 언제까지?

이랜드의 디자인 도용 논란은 지난해 세 번이나 불거졌을 정도로 전적이 화려하다. 반복되는 문제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 2월 이랜드 ‘미쏘’가 중소브랜드 ‘빈티지 헐리우드’ 액세서리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으며, 같은해 5월 이랜드 ‘버터’는 국내 디자이너의 소품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이랜드리테일 사과문

당시 이랜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가 됐던 제품 소싱 방식이나 검증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추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이랜드의 도용 논란은 비단 지난해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2년에 ‘스파오’의 양말 디자인이 구설수에 올랐으며 2013년에는 외식 브랜드 ‘애슐리’가 중소외식업체 인테리어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홍길용 대표가 전격 경질당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특허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배 이랜드 대표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보상을 하고 도용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도용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디자인 베끼기’는 구조의 문제

대기업들의 중소업체 베끼기 의혹 논쟁은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한 중소의류업체 관계자는 “비용 탓에 중소업체들이 디자인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법의 제도망 밖에서 손쉽게 모방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며 도용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도용 논란이 불거지면 ‘흔한 디자인일뿐 도용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디자인 등록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마당에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저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만이라도 약속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재료 소싱, 공임, 유통망 등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고 막강한 자본력까지 더해 똑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훨씬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며 “대기업들의 디자인 베끼기는 영세업체를 죽이고 디자인 산업의 전반적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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