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OK·웰컴 등 대형사 최대 수천억대 손실 추산…금융당국 압력 의혹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 여부를 두고 대형저축은행들이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이 개정된 법정 최고금리(연 27.9%)에 맞춰 기존 대출을 소급 적용한다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자연스럽게 대형 저축은행들의 동참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소급적용은 강제성이 없지만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금리 소급적용 ‘바람’

지난 3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저축은행은 신규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34.9%에서 27.9%로 7%포인트 인하했다.

인하된 금리는 법 개정 이후의 신규 대출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대출은 그 대상이 아니지만 최근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주축이 돼 이례적으로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인하된 금리를 소급해 적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스타·삼호 저축은행이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소급 적용을 결정한 저축은행은 페퍼·모아·키움·인성·한국투자·대한을 포함해 총 8개 사다.

업계는 저축은행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진 원장과 저축은행 대표 20명과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개정된 법정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저축은행 난감한 기색 역력

업계 분위기가 소급 적용으로 기우는 가운데 개인 신용대출 규모가 큰 대형 저축은행들은 소급 적용 시 떠안을 막대한 손실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SBI, OK, 웰컴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1조 원 이상 6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5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전체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액 7조8,000억 원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들 대형 저축은행들은 인하 된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할 경우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 한 저축은행들의 경우 대부분이 이전에도 신용대출을 그리 많이 취급하지 않는 중소형 업체들이다.

현재 대형 저축은행들은 금리 인하 대열에 선뜻 동참하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한 채 팔짱만 끼고 있기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소급 적용을 결정한 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 규모가 무척 작은 편이지만 대형 은행들은 예상되는 손실이 수백억 원, 크게는 수천억 원까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든 대출자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을 해줄 수 부분은 아니다. 최근 소급 적용을 공표한 8개 타 업체들도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미 예전부터 심사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에 한해 금리를 인하해 왔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진행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익명의 한 업계관계자는 “금융당국 쪽에서 신용대출이 거의 없는 일부 저축은행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몇 저축은행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여론에 의해 자연스럽게 대형사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계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손실이 너무 크다”며 “소급 적용은 경제 논리로 따져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유가가 1,500원일 때 기름을 넣어놓고 이제 와서 유가가 1,300원으로 떨어졌다며 200원을 다시 내놓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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