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특수은행 타격…시중은행 대손충당금 대부분 적립 완료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은행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추가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그간 대내외적으로 견지해 온 구조조정의 원칙, 회사 정상화에 대한 한진해운 측의 의지, 경영상황과 정상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사측의 제시안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사측의 제시안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했다”며 “지원 규모 확대 등 보다 진전된 제안을 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한진해운은 큰 틀의 변화 없이 기존 지원 수준을 고수했다”고 부동의 사유를 밝혔다.

결국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공공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최대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금융권 전반에 미칠 파장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악의 경우 채권액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금융기관 총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조200억 원 수준인데 이 중 산업은행이 6,667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KEB하나은행 892억 원, NH농협은행 761억 원, 우리은행 697억 원, KB국민은행 543억 원, 수출입은행 500억 원, 수협은행 500억 원, 부산은행 80억 원 등이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았기 때문에 향후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여신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지원한 돈을 못 받을 것으로 예견하고 일찌감치 추정손실로 분류해 100%의 충당금을 쌓았다.

NH농협은행도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을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약 90%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BNK부산은행은 회수의문으로 지정해 이미 충당금을 100% 가까이 마련해 놓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 물려있는 KEB하나은행이 한진해운의 여신 건전성을 고정 이하로 분류해 전체의 절반가량인 450억 원의 충당금만 확보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나머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은행권의 여신 규모가 크지 않고 채권단 대부분이 충당금을 쌓아놔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2분기 국내 은행권은 반년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일반은행은 1조6,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반면 조선·해운사 등 구조조정 등의 영향을 받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NH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이 2조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권이 4,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기록한 2조2,000억 원의 당기순이익 보다 2조6,000억 원 감소한 수치이며, 지난해 4분기 2조2,000억 원 당기순손실에 이어 반년 만의 적자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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