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정황상 도용 아닌 대여 판단…피해자 입증할 증거 필요"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최근 한 소비자가 명의 도용으로 인해 수백만 원대의 스마트폰 요금이 미납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명의 도용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해당 소비자는 SK텔레콤 측의 미납금 납부 요구를 계속 받고 있어 문제다.

▶지인의 명의도용…미납요금 수백만 원

지난 2월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부인과 처남이 함께 운영하는 매장에 태블릿PC를 설치하기 위해 초등학교 동창인 휴대폰 판매업자 A씨에게 단말기 구매를 의뢰했다.

김 씨에 따르면 A씨는 중고 태블릿PC를 권유했고, 통신사 가입을 명목으로 김 씨를 비롯해 부인, 처남의 신분증 사본을 요구했다.

하지만 받은 중고 태블릿PC는 고장난 제품이었고, 결국 김 씨는 A씨와 계약을 무르기로 하고 제품을 돌려보냈다.

이후 지난 7월 김 씨는 통신요금이 미납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게 됐다.

확인 결과 A씨는 수개월 전 김 씨가 건넨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다수의 휴대폰을 임의로 개통했고, 김 씨의 신고로 A씨는 사문서 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 씨는 통신사에도 명의 도용 사실을 알렸고, 통신사 측에서도 이를 인정해 불법 개통 휴대전화에 부과된 금액을 A씨에게 직접 변제 요청하겠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아내와 처남의 경우 명의도용 사실이 인정됐지만, 김 씨는 A씨에게 신분증 사본을 건넸다는 이유로 명의도용이 인정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각 후 현재 SK텔레콤은 자회사인 F&U신용정보를 통해 김 씨에게 미납금 납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가 개통됐고, 미납요금만 300~400만 원이 쌓였다”면서 “납부를 독촉하는 전화와 메일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고, F&U신용정보로부터 미납 시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는 협박까지 받고 있다”며 억울해 했다.

▶정황상 '명의 대여'…추심절차 정당

SK텔레콤 측은 김 씨의 경우를 ‘명의 도용’이 아닌 ‘명의 대여’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김 씨의 경우 직접 A씨에게 사본을 건넸다는 점에서 도용 여부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정황상 명의 대여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면서 “김 씨의 부인의 경우 신분증을 건네줬을 뿐 이후 사용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명의 도용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명의 도용 피해자임을 입증하는 수사기관의 자료 등 증거를 받아 F&U신용정보 측에 전달하면 이후 추심절차는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 추심에 대한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SK텔레콤은 바람직한 미납 요청 청구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5곳의 신용정보사에 외주를 주고 있다”며 “최초 미납의 경우 문자 및 전화 안내를 실시하고, 그럼에도 연체가 계속된다면 이용정지와 직권해지 등 조치가 취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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