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던 카드사들이 엄살과 달리 올 3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는 올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법인카드 이용액 감소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연이은 악재로 매출 타격을 우려해 왔다. 

카드사들은 본업 대신 고금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대출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개선했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 부실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빗나간 6,000억 적자 전망…카드사 실적 ‘나쁘지 않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78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5,737억 원)보다 0.3%가량 소폭 상승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5,28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5,154억 원)보다 2.6% 증가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전년동기(254억 원) 대비 133.6% 증가한 593억 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카드 역시 전자결제대행업체 올앳 지분 30만 주를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발생으로 3분기까지 10.09% 늘어난 2,837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다.

이 밖에 비씨카드는 1,355억 원, 신한카드는 5,322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3%, 2.04%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들은 올해 1월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영세가맹점의 경우 0.8%로, 중소가맹점은 1.3%로 각각 낮추면서 연간 6,7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익이 되려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 덕에 돈 번 카드사, 깊어지는 가계 시름

카드사들은 비용절감과 일회성 이익 발생 등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실적 상승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카드사들의 카드론 영업 확대가 수익 개선에 한 몫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올해 1~3분기까지 카드론으로 올린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646억 원 보다 약 10% 가량 증가한 2조3,910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업 수익에서 카드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17.3%를 기록했다. 카드론 이용 금액 또한 23조9,585억 원에서 25조9,231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카드론 사업 확대로 수익성을 늘리는 사이 카드론에서 기인한 부실 우려 대출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 자산 중 연체되거나 손상된 부실 우려 대출이 1조5,288억 원으로 지난해 말 1조4,185억 원보다 7.8% 증가했다.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복잡한 절차 없이 대출이 용이한 카드론이 저신용 저소득층의 새로운 대출 창고로 활용되면서 가계부채 부실을 키우는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로 조달비용이 크게 줄었음에도 대출 금리 인하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고금리를 통한 이자수익 마진을 극대화 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들의 카드론 사업 확대가 눈총을 사는 이유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고금리인 카드론 이용액이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도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어 "채무자들이 용이하게 대출금을 상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연체이자를 낮추는 등을 금리부담을 완화시켜줘야 한다"며 "금융사들이 수익을 올리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가계부채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사 현장 점검을 통해 카드론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비용을 원가산정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등 금리산정 체계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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