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지분 확보·자살보험금 논란 등 첩첩산중…사측 "구체적 계획 없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처음으로 공식화함에 따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대표 김창수)이 금융지주사로 가기까지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지적과 우려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시동’?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움직임은 이미 여러 번 포착됐다.

지난 9일 삼성생명은 공시를 통해 약 2,900억 원 규모의 삼성증권 주식 835만9,040주를 주당 3만4,700원에 장외거래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삼성증권 지분 취득을 두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작업 중 하나로 해석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율이 19.16%에서 30.1%로 늘어나게 되면서 금융지주회사로서 자격 요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1대 주주의 지위를 갖추고, 상장 금융 자회사 주식은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해 삼성카드 지분 71.86%로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 지분도 30%이상 확보했다.

또한 지난 10월 삼성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증권 자회사 편입은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금융지주사 설립을 염두에 둔 행보인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화재 지분확보·자살보험금 중징계 등 난관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명분을 제공함에 따라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남아있다는 것.

우선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 인수해야 한다. 삼성증권(30.1%), 삼성카드(71.86%), 삼성자산운용(98.73%) 지분은 모두 30% 이상 확보했지만 삼성화재(14.98%)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반대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은 처분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현행법상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비금융 계열사 삼성전자 7.7%, 호텔신라 8.0%, 에스원 6.0% 의 지분을 5% 이하로 떨어트려야 한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계열사에 대한 투자 여력이 약 3,000억 원 정도 남아 있어 기존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 삼성화재에 대한 유의미한 지분 확보가 어렵다”면서 "더불어 새로운 지급여력제도(RBC) 도입, 삼성생명법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주사 전환 결정은 위험 요소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삼성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직면한 것도 부담이다.

징계 수준으로 거론되는 인허가 취소와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는 생보업계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로 해당 사안으로 자칫 삼성생명의 지주사 설립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생명 측은 지주사 전환 이슈가 나올 때마다 아직까지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추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현재로써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거나 고려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쉽게 결정 지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단기적으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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